시범서비스 시작한 마이데이터...뚜껑 열어보니 '아직 반 쪽 짜리'
입력 2021.12.08 07:00
    ‘내 손안의 금융비서’ 1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 17곳 시범시행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 업그레이드한 수준…”플랫폼 차별화 떨어져”
    ‘금소법 규제’∙’촉박한 개발시간’, 사업 전부터 예고된 서비스 부실
    • ‘내 손안의 금융 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범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첫 날부터 오류가 속출했다. 금융사 간 자산이 연동되지 않거나 맞춤형 비교 추천 서비스에는 제한이 있어 ‘반쪽’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시범 서비스 시행까지 촉박했던 개발시간과 금소법 규제 등으로 부실한 서비스는 예고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1일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53개사 중 은행, 증권, 카드, 핀테크 등 17개사가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이데이터 은행, 카드, 보험, 주식 등 자신의 금융정보를 한번에 확인∙관리하고 맞춤형 상품도 받는 서비스다. 

      사업 출시 전부터 각 사업자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다. 금융사는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자신들의 플랫폼에 더욱 오래 머무르는 ‘충성고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만큼 고객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다. 일부 사업자들은 서비스 시행 전부터 제네시스 GV60, GV70 등 과도한 경품을 주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출처: 페이북 및 신한은행 마이데이터 어플 화면)
      (출처: 페이북 및 신한은행 마이데이터 어플 화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과 달리 뚜껑을 여니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몇몇 서비스에서는 앱 구동도 잘 되지 않거나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하는 등의 서비스 이용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가 시범서비스 시작 이후 곧바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금융사와 통신사, 우정사업본부 등 정보제공기관 90곳의 가입 및 사용 정보를 모아볼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실상은 아니었다. 아예 앱과 연결이 되지 않는 정보제공기관도 있고 앱이 취합할 수 있는 기관 수를 제한한 곳도 있었다. 

      신한은행의 경우 연결가능한 기관 47곳 중 30개로 제한했다. 하나은행 계열사인 핀크는 정보제공기관을 50개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약 20개 기관은 서버 오류가 발생하거나 응답이 없어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사례가 이어졌다. 

      핀테크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실정 역시 다르지 않다. 뱅크샐러드는 은행 5곳, 간편결제 2곳, 증권사 1곳 카드사 1곳과 연결할 수 있으며 보험사는 아직 연동도 안 된다. 핀크는 은행 19곳, 카드 15곳, 증권 11곳, 보험 12곳 등이 가능하다. 

      일부 서비스에서는 마이데이터에 가입하고 데이터를 등록했더라도 앱을 다시 열면 가입되어 있지 않은 현상이 반복됐고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아 데이터 분석이 어렵다는 안내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오류가 반복되자 비씨카드의 페이북 등 일부 어플에서는 마이데이터 시범기간동안 금융기간의 사정에 따라 자산 연결 및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고 공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모든 기관의 정보가 들어온 것은 아니라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서비스를 갖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상대 측 회사에서 정보가 안 들어오면 에러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대했던 만큼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대부분 기존에 해온 자산관리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된 수준에 그쳤다는 평이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지난 9월 말 시행되면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확장에 일정부분 제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소법 상 금융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를 중개행위로 규정하면서 업권을 넘나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기 쉽지 않아졌다. 

      은행사 관계자는 “우리 기관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은 바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런 상품이 아닌 경우에는 단순히 정보만 제공해서 소비자의 결정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업권이나 기관별로 자산현황을 한곳에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금소법 이슈로 금융상품 추천에도 제한적”이라며 “정보제공기관이 더 늘어나고 고객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사 관계자는 “신용정보법 외에도 다양한 법규들이 있다보니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며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범기간에 따른 여러 상항을 모니터링해 보완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부분은 정보제공자 연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분이라 공식출범인 1월까지는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소법 관련 문제도 관련 부처와 함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서 사업자의 어려움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