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사임한 정기선 사장, 'M&A·IPO·주가·노조' 그룹 현안 산적
입력 2021.12.09 07:00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직 사임
    지주사 및 한국조선에 집중 전망
    “승계 스토리 얼추 마련” 평가
    대우조선 인수 마무리 최대 과제
    파업 예고한 노조 갈등 해결…경영능력 시험대
    자회사 줄줄이 상장 계획…지주사 주가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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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정기선 대표이사(사장) 체제가 막을 올렸다. 정 사장는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재입사 한 이후 수소 및 신사업 등으로 승계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8년여 만에 지주회사 사장(대표이사)자리에 올랐다. 정 사장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직을 이달 1일 내려 놓았다. 앞으론 그룹의 현안과 주력 사업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3세 경영인이 자리 잡기까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은 상당히 많다.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인수는 현재 진행형인데 현대오일뱅크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당장은 강성 노조와의 원만한 갈등 해결이 급선무이다. 장기적으론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을 개선해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올해 승진 인사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7년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대표이사 등 오너일가는 30%가 넘는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다. 지주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제 3세 경영이 본격 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가삼현·한영석(조선사업부문), 강달호(에너지사업부문), 손동연(건설기계사업부문) 등 부회장단은 정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정기선 사장의 가장 큰 치적을 꼽자면 선박관리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성공적인 안착이었다. 정 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았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직 사임은 일정 수준의 경영 성과를 증명한 후 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대글로벌서비스에 대한 정 사장의 집중도를 다소 낮추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현대중공업지주, 현대중공업, 현대글로벌서비스, 한국조선해양 등 그룹 내 4개 이상의 직책을 보유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내년도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선임을 추진할 가능성도 열려있기 때문에 ‘과도한 겸직’이란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일단 지주회사 및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서 그룹의 최대 현안인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현대중공업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업의 독과점 해소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LNG 사업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하는 가운데 일단 국내 조선업체들이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LNG 사업부의 매각이 가시화 할 경우 최초 기대했던 인수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 무산되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존재할 의미도 사라지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에 불확실성은 크게 해소되기 때문에 승계 작업을 비롯한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M&A를 통한 사업 확장 등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은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파업권을 확보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M&A에 반발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정기선 사장이 승진 후 처음 맞는 노사 분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초 임원 과거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임시주총장 점거를 이끈 인사를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하며 험난한 노사관계를 예고했다.

      내년엔 그룹의 숙원 사업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가장 큰 이벤트이다. 그룹은 2012년과 2018년 현대오일뱅크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두번 모두 중단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앞으론 국내 PEF로부터 투자유치를 받고 기업공개를 약속한 현대삼호중공업, 건설기계분야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현대제뉴인 그리고 현대글로벌서비스 등의 IPO도 줄줄이 계획돼 있다. 시장에서 끌어들인 대규모 자금을 향후 수소사업을 비롯한 그룹의 신사업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자체의 실적은 무난하다. 올해 초엔 연 1회 중간배당, 별도기준 배당 성향을 70%로 끌어올리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했음에도 지주회사의 주가는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지난 9월 현대중공업이 상장했을 당시 지주회사의 주가는 11%가량 하락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 지주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향후 굵직한 자회사들의 상장 작업이 줄줄이 계획돼 있는 만큼 주주 및 투자자 관리도 정기선 사장의 숙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