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풍선효과에 사모펀드(PEF) 출자 시장도 냉각
입력 2021.12.14 06:59
    정부 대출규제 강화…상호금융·제2금융권 위축
    대출 수요 몰리며 유동성 부족…PEF 출자 뒷전
    기관들 선별 출자 움직임…중소형사 펀딩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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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가 사모펀드(PEF) 출자 시장도 위축시키고 있다. 시중은행이 돈줄을 죄자 자금 수요자들이 제2금융권과 상호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관출자자(LP)들이 주요 거래로 시선을 모으는 상황이라 특히 중소형 운용사들이 자금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우리 경제의 최대 잠재위험 요인으로 보고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은 후 금융권사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거나 일시 중단하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 5~6%에서 내년 4~5%로 조정하자 시중은행들도 내년 목표를 4.5~5% 수준으로 낮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 실수요자들은 제2금융권과 상호금융권 등으로 눈을 돌렸다. 우량 등급 신용자들까지 이들 기관에 손을 벌리면서 대출 여력이 빠르게 소진됐다.

    • PEF 운용사에도 대출규제의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서민금융기관을 표방하는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국내 대표 LP 중 하나로, 기본적으로 지역 단위 금고에서 맡긴 자금을 운용한다. 시중은행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지역 단위 금고로 몰리자 중앙회로 보낼 자금이 줄었고 PEF 출자도 어려워졌다. 사업 구조가 유사하고 PEF 출자에 적극적인 신협중앙회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신생 PEF와 프로젝트성 투자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중앙회가 핵심 LP로 나선 일부 거래의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자금력이 좋은 일부 운용사들은 이를 틈타 거래를 따올 기회를 노리고 있다.

      기관들이 출자 지갑을 닫는 연말과 겹치면서 운용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더 커졌다. 내년 초까지 자금 모집을 계획하는 곳들은 사정이 낫지만, 연말까지 펀드 결성 시한을 못박은 곳들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원래 연말은 기관들이 지갑을 닫는 시기인데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경우 지역 금고에서 올라오는 자금줄이 막히면서 출자가 어려워진 면도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은 캐피탈사에 손을 벌리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제2금융권 중에선 상대적으로 건전성 규제가 강한 보험사나 저축은행보다는 캐피탈사가 LP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출자를 하니 운용사 입장에선 쏠쏠한 자금줄인데, 최근엔 캐피탈사에도 대출 수요가 몰려 PEF 출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제2금융사들은 최근 국내외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자금 조달부터 애를 먹고 있다.

      펀드 결성 중인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려들며 캐피탈사들도 PEF 출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 온 곳이 아니라면 출자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융사와 유사한 기능을 일부 가지고 있는 공제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제회는 공통의 이익관계를 가지는 집단이 자금을 모아 미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운영된다. 모인 자금은 운용을 거쳐 수익금을 회원들에 돌려주는데, 일부는 회원에 대한 대출이나 대여금 형태로도 나간다. 대출 조건이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지만, 민간 금융권의 벽이 높다보니 공제회에도 자금 수요가 몰렸다.

      일시적으로 자금 유출이 늘어나자 일부 공제회는 PEF 출자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양대 큰손 LP인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회원들의 자금 수요가 대거 몰리자 연말까지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급한 사안이 아니면 운용사의 자금요청(Capital Call) 대응도 가능한 늦추자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전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는 공제회도 있지만, 정부 규제가 강화한다면 이들도 출자 속도를 조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제의 후폭풍은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에 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기관출자자 입장에선 대형사들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출자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이다. 반면 아직 입증이 덜된 중소형사에 대해선 없는 자금을 쪼개 무리하게 출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중앙회 등 출자자가 대출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다른 기관에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투자건들이 배제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