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바람 타고...외국계 IB, MD '승진 잔치'
입력 2021.12.17 07:00
    국내 M&A, 작년 대비 30% 성장
    골드만삭스, 11년 만에 MD배출
    “자본시장 트렌드 빅테크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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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전세계뿐 아니라 국내에서 M&A 거래가 사상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덩달아 M&A 거래를 자문하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주식시장이 활황을 이어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대목’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외국계 IB에 ‘별’이라 불리는 MD(매니징디렉터)들이 다수 배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9월말까지 전세계적으로 이뤄진 M&A 딜은 4만건이 넘는다. 규모는 4조4000억달러로 한화로 5000조원이 넘는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 최고 기록인 2007년 4조1000억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M&A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30%가량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체 거래의 50%가량을 사모펀드(PE)가 관여하면서 PE는 국내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등극한 상황이다. 외국계 IB들의 철수가 이어지면서 이제 몇 남은 대형 외국계 IB들이 대형거래를 쓸어갔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한국 골드만삭스가 11년만에 MD 승진자를 배출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1월 MD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643명이 MD로 새로 임명됐다. 이 중에서 2명의 MD가 한국 골드만삭스에서 나왔다. IBD 부문의 이석용 부문장(전무)와 증권 부문의 박지은 부문장이다. 특히 이 전무는 TMT(Tech, Media, Telecommunication) 분야 전문가로 빅테크 성장에 올라탔다. 카카오페이 상장을 비롯해 쿠팡의 뉴욕 증시 입성, 우아한 형제들 매각, 소프트뱅크 쿠팡 투자 등 굵직한 TMT 딜을 주도했다.

      이 전무의 MD 승진이 한국 자본시장 발전의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통상 외국계 IB의 MD 승진자들은 삼성,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보유한 IB 뱅커들의 몫이었다. 조 단위 거래 자체가 드물었고 눈에 띄는 딜을 할 기회는 해당 클라이언트를 보유한 IB 뱅커가 챙겨갔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전무의 MD 승진이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평가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을 담당했던 초기에는 해당 클라이언트를 맡은 뱅커가 MD를 달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신성장 산업으로 어디까지나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수준으로 접근하는 게 IB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4차산업으로 트렌드가 넘어가면서 해당 딜에서 조단위 거래가 터져 나왔다. 일찌감치 해당 네트워크를 만들어놓은 뱅커들이 그 윗세대를 뛰어넘어서 MD가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한 IB 관계자는 “이 전무가 MD가 달았다는 점은 한국 자본시장의 트렌드의 중심이 빅테크로 넘어왔다는 방증이다”라며 “최근 IB들이 벌어들인 큰 돈은 빅테크 관련 딜에서 나왔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비단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다른 IB 하우스들에서도 MD 승진자가 다수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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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M&A와 IPO 딜 모두에서 JP모건은 두각을 나타냈다.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와 스타벅스 경영권 인수자문을 비롯해 크래프톤과 SK아이테크놀로지 IPO 등 M&A와 IPO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매각자문뿐 아니라 확률도 낮고 경쟁이 치열한 인수자문에서도 활약했다. JP모건의 차기 MD 후보군으로 조솔로 상무가 거론된다. 조 상무는 미시간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하이브 IPO를 비롯해 미디어 딜에서 활약을 보였다.

      모건스탠리의 화력도 대단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자문, 요기요 매각자문, 잡코리아 매각자문 등 기업과 PE들에서 골고루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수년 전부터 빅테크 기업들에 공을 들이면서 오랜 기간 연을 이어왔다. 이런 노력이 최근의 과실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조직도 상당히 젊어진 상황이다.

      올해 IB 하우스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빼 놓을 수는 없다. BofA는 수년간 부침이 있었지만, 올해는 명실공히 빅3 하우스라고 불릴 만큼의 성과를 기록했다. 두산공작기계 매각, 대우건설 등 조 단위 대형 거래를 두루 성사시켰다. JP모건, 모건스탠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평가다. BofA에서는 김능운 상무가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는다. 대형 거래에 실무 작업들을 맡아하며 아직 젊은 축에 속하지만 IB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거론된다.

      씨티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M&A 거래보단 IPO 거래에서 주목받았다. 양사는 해당 거래로 M&A 거래 이상의 수수료 이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는 크래프톤 단일 거래로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PO와 M&A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수수료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런점에서 씨티증권의 민재윤 상무는 크래프톤 및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MD 승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도 해당 딜을 주도한 김세원 상무가 MD 승진했다. 더불어 SK E&S 우선주 투자유치를 담당한 심종민 상무도 MD 승진했다.

      다른 IB 관계자는 “크래프톤 한 건으로도 한 하우스가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받는 세상이 되다 보니 빅테크 IPO나 M&A 각 하우스 담당자들이 대거 MD 승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