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중앙회장 '때이른' 선거와 박차훈 회장 2심 재판의 상관관계는?
입력 2021.12.16 07:00
    Invest Column
    임기만료해 1~2월 선거했지만 다소 앞당겨…절차 하자는 없어
    현직 회장 불법선거 관련 재판 중…결과에 표심 영향 미칠 수
    연임되면 재판 대응 용이…자산 키웠지만 계속된 비리는 부담
    비상임직이어도 제왕적 권력 여전…직선제 되면 달라질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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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마을금고가 12월 20일 제18대 중앙회장 선거를 실시한다.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해의 초입에 선거를 치뤘던 과거에 비하면 일정이 앞당겨진 모양새다. 지난 17대, 16대, 15대 중앙회장 선거일은 각각 2월 2일, 1월 28일, 2월 26일이었고 새마을금고 연합회 시절이던 14대 회장 선거일도 2월 28일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회장 선거일은 회장 임기 만료 전 90일이 마지노선이며, 구체적 시기는 내부 규약에 따라 정하면 된다. 현직 중앙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중순 만료되니, 선거일은 이달 중순 이후면 절차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이전보다 일정을 앞당겨 선거를 치르는 이유를 문의했으나 답이 없었다.

      다만 현직 중앙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보니 유달리 이번에만 선거 일정을 앞당긴 데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 의문이 들 법도 하다.

      박차훈 현 중앙회장은 지난 회장선거때 불법선거문제로 기소, 1심에서 당선무효형은 피해갔지만 2심이 남아있다. 대의원 등에게 송이버섯, 과일 선물세트 등을 돌리고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골프 회원권으로 공짜 골프를 치게 해주는 등 1546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다.

      검찰은 재판부에 박차훈 회장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지난 1월 1심 판결은 벌금 80만원이었고, 회장직 박탈(벌금 100만원 이상)은 면했다. 당시 경쟁한 후보는 비타민 제품 둥 45만원가량의 금품을 돌린 혐의로 1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유전무죄’ 판결이란 비판도 있었던 만큼 2심 재판부도 고심이 될 수 있다. 사법부의 기조는 점점 ‘선거사범’의 수사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임기'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재판이 늦어지면 법 집행의 실효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1년 안에 나오기도 한다.

      같은 사안에서 낙선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났는데, 박차훈 중앙회장은 2년여 재판 끝에 겨우 1심이 끝난 상황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속도를 낸다면 내년 초 결론을 내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예상도 나온다.

      만일 2심에서 박차훈 회장에게 벌금 100만원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온다면? ‘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돼 박차훈 중앙회장은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잃는다. 물론 선거 관련 법규는 통상 형 확정, 대법원 판결이 기준이 된다. 즉 2심 판결에 반발해 대법원 상고에 나서면 무죄가 추정되는 상태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농협중앙회에선 김병원 회장이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줄었다. 이후 대법원을 거쳐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는데 이미 임기는 다 채운 상황이었다.

      이는 법적으로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일뿐 대의원의 표심에 미칠 영향은 또 다른 문제다. 

      이미 벌금 80만원 판결을 받는 등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2심 판결에서 그보다 더 무거운 형이 내려진다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리 없다. 이번에 선거인명부 등재 자격이 있는 인사는 회장 및 대의원을 포함해 351명이다. 투표권자의 수가 적은 간선제인만큼 일부의 표심만 흔들려도 투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박차훈 회장 입장에선 연임이 성공한 후 2심 판결이 나는 것이 유리하다. 1심에서 사실상 '현직 프리미엄'이 인정됐으니, 2심에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받으려면 직을 지키는 게 훨씬 낫다. 2심 형량이 1심보다 가볍게 나오는 것이 최선이지만, 무거운 형을 받더라도 회장 직을 수행하면서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가면 된다. 다른 사례만 봐도 개인 자격일 때와 조직의 수장일 때의 소송 대응력은 큰 차이가 난다. 그러니 이유야 어쨌든 선거가 앞당겨진 것이 박차훈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높다.

      새마을금고는 박차훈 중앙회장 치세에 자산 200조원을 넘기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잡음과 구설수도 끊이지 않았다. 다른 민간 금융사에서 벌어지면 수장의 자리가 위태로울 횡령과 배임, 채용 논란 등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내부통제가 허술하다. 

      새마을금고는 홈페이지에 ‘중앙회장동정’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든든한 홍보 채널이 있으니 현직 회장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거의 가장 핵심은 투표권자의 판단이다. 대의원들은 현직 중앙회장의 공과(功過)와 경쟁자들의 비전을 저울질 함은 물론 재판 결과가 경영진 거취와 중앙회 운영에 미칠 영향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