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왜' '지금'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꺼냈을까
입력 2021.12.20 07:00
    Invest Column
    지주회사 전환은 철강 색채 지우기
    선진 지배구조가 반드시 필요한가
    핵심 사업만 7개, 힘빼는 철강에서 재원 마련
    최정우 회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듯
    • (그래픽=윤수민 기자)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1위 철강회사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꺼냈다. 매출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부문을 물적분할해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고 지주회사는 ‘신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사실상 철강회사의 색채를 지우겠다는 의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정우 회장은 “선진화 한 지배구조를 갖추겠다”고 했다. 내세운 전략의 핵심은 주력인 철강부문을 증시에 상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포스코는 철강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에 배당으로 지급하고, 포스코홀딩스는 해당 재원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물적분할해 신설하는 회사들 모두 증시에 상장하지 않음으로써 투자 재원은 철강부문의 배당, 포스코홀딩스의 자체 조달로 마련될 계획이다.

      사실 포스코그룹은 현재도 사업형 지주회사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의 이익이 발생하고, 자체 철강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그룹의 확장과 신사업에 투자한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필요성’과 ‘정당성’이 부족하단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철강회사’ 포스코가 아닌 ‘신사업 투자회사’ 포스코홀딩스의 주주가 돼야 하는 주주들의 불만은 크다. 안정적인 기간산업과 리스크가 있는 신사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지주회사 그리고 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지배력이 더 강화한다는 점이다. 꾸준히 사업부 분할이 진행되면 경영진과 이사회 자리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인사에 부침을 겪었던 포스코의 과거를 비쳐볼 때 이번 지주회사 전환이 ‘어떤 목적으로’ 또는 ‘누굴 위해’ 진행되는지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투자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발표되자 기관들은 역대급으로 포스코 지분을 시장에 쏟아냈다. 세밀한 전략 없이 시장에 내던진 이번 방안이 진정 포스코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걸까.

      포스코만 상장 안하면 선진 지배구조 모델?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목표는 ‘선진화 한 지배구조’이다. ‘선진화’라는 단어는 철강부문의 ‘비상장’으로 근거를 표현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지주회사들은 지주회사만을 상장하고,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집단 소송 또는 다중대표소송에 대한 피소의 위험을 피하고 자회사 지분비율을 높게 유지할수록 유리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지주회사 전환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지주회사가 가진 고유한 장점(브랜드 통합, 해외사업 추진 등)이 목적인 경우도 있다.

      반면 국내 지주회사들은 지주회사는 물론, 자회사들도 함께 기업공개(IPO)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시장 가치를 평가받는다. 최근만 보더라도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 SK그룹과 배터리사업부를 분사한 LG그룹, 중간지주회사와 자회사를 모두 상장한 현대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회사의 시장가치를 높게 평가 받고 대규모 자금 마련함과 동시에 추후 자체 사업을 위한 재원 마련 통로를 만들기 위한 목적도 강하다.

      현재 포스코그룹 계열의 회사는 총 34곳, 이 가운데 6곳이 상장사(포스코케미칼, 포스코강판,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아이씨티, 포스코엠텍)다. 회사는 상장사들의 상장폐지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구조적으로 철강부문만 따로 떼내고,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선진화한 지배구조라는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글로벌 지주회사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계열회사들 간의 독립적인 경영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국내 지주회사들만 보더라도 각 계열사간 출자가 금지되고 거래 관계도 엄격히 제한된다.

      포스코의 철강부문이 비상장 자회사가 된다해도 그룹 내 철강사업과 관련한 계열사들과의 거래 관계는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들은 현재 포스코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2020년 내부거래 비중은 포스코인터내셔널 32%, 포스코케미칼(매출 49.6%, 매입 17.5%)이었다. 지난해 매출액 9360억원 수준이던 포스코ICT의 포스코와 영업거래 규모는 5750억원, 매출액 2550억원 수준인 포스코엠텍은 포스코와의 거래에서 236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핵심 사업만 7개…힘빼는 철강부문에서 재원마련해 기업가치 3배?

      지주회사 전환 이후의 비전은 대부분 신사업에 쏠려있다. 포스코는 7개의 핵심사업(철강·이차전지소재·리튬/니켈·수소·에너지·건축/인프라·식량)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수익이 가시화하지 않은 부문들에 대한 투자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지 아직 명쾌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구조에선 영업이익의 80%, 매출액의 50%를 차지하는 철강부문이 확실한 '현금창출고'로 보인다.

      리튬 분야는 올해부터 1조8000억원 수준의 투자 집행이 예정돼 있다. 니켈부문은 총 67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중이다. 유의미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하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목표 매출은 2025년 리튬 1조7000억원, 니켈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정부의 뉴딜 정책에 발맞춘 수소 분야는 2030년 목표 매출액이 2조3000억원이다.

      포스코가 밝힌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은 철강사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신성장 사업을 부수 사업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룹 내 철강사업에 대한 중요도와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철강부문이 6개의 나머지 핵심 사업을 위해 꾸준히 현금을 뱉어내야 하는 지주회사 전환 방안이 '과연 철강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2018년 12.4%→2020년 4.3%)에서 현재와 같은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지주회사에 배당을 통해 철강부문의 이익이 오롯이 재투자하지 못하고, 불투명하고 영속가능할지 의문이 가는 신사업에 꾸준히 지출이 발생하는 구조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스코는 그동안 우수한 자체신용도를 유지했고, 향후 포스코홀딩스 또한 포스코의 후광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각각의 자회사들이 상장을 통한 조달창구를 포기한 상황에서 포스코홀딩스가 재무부담을 꾸준히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사실 포스코의 시가총액 20배가 넘는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은 포스코에 비하면 소박한 편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전지, LED, 바이오, 의료기기 등 5대 사업이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인공지능(AI), 5G, 전장부품, 바이오 등 4개로 압축했다. 첫 신수종 사업을 발표한 이후 10년이 훌쩍 지났으나 해당 신수종 사업이 삼성그룹에 주축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재계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SK그룹 또한 그룹의 핵심 사업은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으로 압축돼 있다.

      정권 마다 오락가락하는 방향성…”상장 절대 없다” 책임질 인사는?

      최정우 회장은 “물적분할하고 자회사를 상장하는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포스코가 보다 세밀한 미래 전략을 제시했더라면 ‘자신감’으로 비쳐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반쪽짜리 선진화한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명확한 재무전략 없이 내비친 발언에 오히려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나타낸다. 전례를 비쳐보면 사실 포스코의 미래전략은 그리 신뢰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됐고, 그 때마다 핵심 사업도 수정됐다.

      ▲노무현 정권 당시 이구택 회장은 ‘글로벌 철강기업’을 목표로 했고 ▲이명박 정권때 정준양 회장은 해외자원개발과 해외광산 인수에 매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수장을 맡은 권오준 회장은 ‘철강 본업을 강화’하겠다며 비핵심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는데 ▲문재인 정부 초기 회장으로 선임된 최정위 회장은 다시 ‘비철강 부문’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의 목표 자체가 ‘비철강 부문’, ’신사업 투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번 지주회사 개편은 최정우 회장의 가장 큰 치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주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지주회사 전환’이란 대전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포스코의 비상장화’라는 급조된 카드를 꺼내들었단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최정우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늘어나는 경영진과 사외이사

      자회사를 분할해 ‘독립 경영’을 하겠단 의지와 ‘배당을 통해 지주 계열사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는 정확하게 배치한다. 핵심 사업인 포스코에 대한 주주들의 간섭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배당과 경영정책 수립에 대한 결정 권한은 자회사 경영진이 갖는다.

      지주회사가 핵심 비상장 회사를 100%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와 재무를 망라한 지주회사 수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이사회는 더 비대해진다. 상장회사는 늘어나지 않지만, 경영진과 사외이사 자리는 많아진다. 향후 수소 사업과 니켈 사업, 나머지 신사업이 분할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포스코가 과거 정관계 인사들의 집결지로 비쳐졌던 점을 고려하면 과연 100% 자회사의 이사회가 지주회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공교롭게 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지난 15년 동안 40조원이 증발했다. 물론 사업구조의 변화, 업황의 부침도 있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포스코가 뒷걸음질 친 것은 낙후한 지배구조 때문만이었을까? 현재의 위기를 지주회사 전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는 주주들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