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이어지는 '외부 인재 영입'...이번엔 다를까
입력 2021.12.23 07:00
    이성용 신한DS 대표 2년으로 임기 끝...김병철 대표 등 조기 퇴진
    조재민 전 KB운용 대표 '깜짝 인사'에 운용업계에선 우려도 나와
    내년 조용병 회장 두 번째 임기 마지막 해...부회장직 신설 관심
    • 큰 변수 없이 조용하게 진행될 것 같던 올해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급 인사에도 '깜짝 선임'은 있었다. 매년 외부 출신 임원을 CEO급으로 배치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조용병 회장식 혁신 인사가 올해에도 진행된 것이다.

      다만 최근 3~4년새 신한금융에 영입된 CEO급 임원의 끝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경직된 인사 체계 속에서 외부 인사 영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지도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다. 올해 이뤄진 깜짝 인사 역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금융권의 시각이 많다.

      신한금융은 지난 16일 열린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를 신한자산운용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현 김희송 대표는 대체투자 부문을 전담하고, 전통자산 부문을 조 신임 대표가 맡는 모양새다. 

      조 대표는 딜링룸 트레이더 출신으로 KB자산운용 8년을 비롯, 운용사 CEO 경력만 20년을 넘는 운용 전문가로 통한다. 경쟁사의 CEO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엔 '깜짝 인사', '혁신 인사'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이 같은 깜짝 인사는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꾸준히 진행됐다. 지난 2019년에는 동양증권 출신 김병철 전 대표가 신한금융투자 대표로 선임됐고, 컨설팅회사 출신 이성용 대표가 영입 1년만에 신한DS 대표로 전격 내정됐다. 2020년에는 그룹의 빅데이터사업을 총괄하는 부문장(CBO) 자리에 한국IBMㆍ삼성전자 출신 김혜주 상무를 앉혔다.

      금융권에서는 다소 우려섞인 시선으로 이번 인사를 바라보고 있다. 최근 3년여간 신한금융 CEO급 영입 인사의 끝이 그리 좋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성용 신한DS 대표는 불과 2년의 임기를 소화하고 올해 말 회사를 떠나게 됐다. 일반적으로 계열사 대표엔 '2+1' 이상의 임기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경질과 다름없는 인사로 읽힌다는 평가다. 신한DS 안팎에선 컨설턴트 출신 외부 CEO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룬다.

      한 전직 신한DS 실무자는 "이성용 대표가 취임한 후 외부 고객을 확보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는데, 회사는 그룹 내 계열사 업무를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며 "수석급은 실무 감각이 떨어지고 일 잘하는 선임급은 연봉 불만과 계열사 하청 업무 피로도 등으로 이유로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오히려 '끗발 있는 은행 출신 CEO'을 바랐다"고 말했다.

      2017년 신한금융에 합류한 '조용병 회장 영입 1호 외부 인재' 조영서 전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올해 초 아예 경쟁사인 KB금융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컨설팅업계 출신인 조 전 본부장은 이성용 신한DS 대표 영입 이후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앞서 지난해 3월엔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 책임을 지는 차원이었다. 라임펀드 판매는 김 전 대표 취임 전 이뤄진 일이었지만,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조 회장의 질타가 있은 뒤 사표를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의 정문국 대표도 피인수 뒤 2년여만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금융권에서는 '보험 담당 부회장설' 등이 언급됐지만, 자경위의 최종 판단은 퇴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대표로 선출된 성대규 대표 역시 외부영입 인재다. 성 대표는 2019년 신한생명 대표를 맡기 전까지 사기업 경영 경험이 전혀 없었다. 지금도 그룹 일각에서는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통합법인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4.5% 성장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그룹 순이익 성장률(+20%)은 물론, 경쟁사인 삼성생명(+30%), 한화생명(+47%)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과였다. 

      이번에 선임된 조재민 대표 역시 논란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조 대표는 2009년 KB운용 재직 당시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했다가 2014년 적발됐다. 금융투자회사 직원은 내부정보 이용 등을 막기 위해 금융투자 시 계좌 및 매매 내역을 회사 등에 사전 신고해야 하지만 신고 없이 거래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조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15년 중징계 전 단계인 '주의적 경고'(과태료 처분 등)를 받았다. 2017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조 대표를 다시 KB자산운용 CEO로 영입하려 했을 때에도 이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조 대표는 2009년 한국밸류운용의 최웅필 매니저를 영입해 KB밸류포커스 펀드를 3조원대로 키워낸 스타 CEO"라면서도 "도덕성 이슈가 있는데다, KB밸류포커스의 인기가 전 같지 않고, 최웅필 본부장도 지난해 KB운용을 퇴사하며 전성기가 지난 게 아니냐는 평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부문의 핵심을 담당할 운용사 CEO를 내부에서 양성하지 못하고, 경쟁사에서 밀려난 인사를 영입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조 대표는 신한금융지주 자경위 내 일부 사외이사의 추천을 받았다. 자경위는 조용병 회장이 위원장이며, 변양호, 박안순, 성재호, 곽수근 사외이사가 속해있다. 

      그 외 외부 영입 인사는 대부분 은행 등에서 디지털 관련 실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건혁 미래전략연구소장(삼성전자), 김혜주 CBO(KT), 김준환 데이터유닛장(SK C&C), 김민수 통합AI센터장(삼성SDS) 등 상무급 임원들이다. 아직 CEO급에는 미치지 못하는 인사들이란 분석이다.

      외부인사를 제외한 올해 자경위 인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많다. 

      계열사 대표이사단은 1961~1963년생, 매트릭스 조직을 담당하는 사업그룹장은 1964~1967년생, 차기 CEO 후보군인 지주회사 경영진은 1966~1968년생으로 구성해 차후 세대교체를 위한 구성도 어느정도 체계가 잡혔다는 분석이다.

      조용병 회장은 2023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된다. 사실상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라고 할 수 있는 내년엔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승계 구조의 윤곽이 드러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인 하나금융은 지난해, KB금융은 올해 각각 3명씩의 지주 부회장을 선임하며 승계 구도를 본격화했다.

      신한금융도 부회장직 신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거란 평가다. 현재 신한금융의 CEO 후계 구도는 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CEO단ㆍ매트릭스 조직 그룹장 및 부문장단ㆍ지주 부사장단ㆍ은행 부행장단 등으로 파편화돼있다. 이 중 어떤 연배ㆍ어떤 경력을 가진 인물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진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법률 리스크에서 해방된 조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할 지부터가 변수다. 조 회장은 1957년생, 현재 만 64세로, 2023년에 3년 연임을 한다 하더라도 연령 등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1961년생이고 KB금융의 부회장 3명 역시 모두 1961년생임을 고려하면,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은 1960년대 초중반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