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디지털化...인력구조 변화 '쓰나미' 앞둔 생보업계
입력 2021.12.23 07:00
    9월 기준 생보 설계사 수 7만 명,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어들어
    패러다임 전환 핵심은 인적자원 고도화
    • 코로나19 이후 보험사들이 잇따라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면서 보험설계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1200%룰과 불완전판매 규제 조치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보험사들은 앞다퉈 '디지털화'를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디지털 판매 채널이 고도화는 이제 역행할 수 없는 추세가 됐다는 점에서, 특히 생명보험사의 인력 구조 변화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설계사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복잡한 종신보험 역시 수년 안에는 비대면 채널 솔루션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결국 전속설계사 채널은 앞으로 급격한 축소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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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올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협회에 등록된 전속설계사 수는 7만858명으로 집계됐다. 10년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이다. 

      2011년 15만3124명을 기록했던 생보업계 설계사 수는 ▲2012년 15만7004명 ▲2013년 14만4792명 ▲2014년 13만1825명 ▲2015년 12만8729명 ▲2016년 11만3559명 ▲2017년 10만6989명 ▲2018년 9만6617명 ▲2019년 9만1927명 ▲2020년 9만4620명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설계사의 영업환경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직접 만나서 하는, 전통적인 보험 영업의 방식에 큰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설계사의 영업환경에 변화가 많이 발생했다. 1월에는 '1200%룰'이라 불리는 초년도 모집 수수료 규제가 시행되었다. 3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7월에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이 의무화되어 보험설계사도 산재 및 고용보험의 제도 속으로 편입되면서 설계사의 근무 환경이 악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개 생명보험사 설계사의 상반기 기준 13개월 차 평균 정착률은 4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요 12개 손보사 평균 정착률은 57.6%를 기록했다. 특히, DGB생명의 경우 정착률이 7.1%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00명 중 93명 정도가 1년을 버티지 못하는 회사가 됐다.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 및 영업환경 변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영업 특성상 전화나 이메일 대신 직접 대면해 상품을 설명해야 가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험설계사는 보험업계의 ‘꽃’으로 불렸다.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과 보험설계사 모집을 병행해오며 보험사의 근간이 되는 영업 채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게중심이 완전히 바뀌었다. 보험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카카오톡에서 간편하게 관리하는 투자 상품부터 디지털 전용 보험까지 디지털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지난 6일 한화생명은 카카오톡에서 이용가능한 ‘인공지능(AI) 추천 펀드’ 변액보험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로 고객의 투자 성향과 글로벌 경제 동향 등을 분석해 개인마다 적합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전속설계사의 입지가 줄어드는 또 다른 이유로 법인대리점(GA) 등장에 따른 설계사 이직이 거론된다. 현재 생보사들은 기존 전속설계사들을 모두 자회사형 GA에 이동시키며 조직 슬림화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전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간 보험사는 신규 경쟁자 출현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지 않아 디지털 전환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보험시장에 네이버와 카카오, 보맵, 토스 등 신규 경쟁자가 등장하자 기존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서다.

      지난 1일 NH농협생명은 이사회를 열고 현재 디지털전략국을 디지털전략단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이 담긴 연말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달 디지털영업본부를 신설하고 변액운용실을 본부로 격상했다. 새로운 디지털 보험의 사업모델을 수립하고 강점을 가진 변액보험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디지털 전환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험회사의 소속된 전속설계사의 입지가 줄어드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비대면 채널이 성장할수록 전속설계사들이 가져갈 몫은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력 이탈로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전속설계사 수가 업계 예상 이상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한 증권사 보험 담당 연구원은 "설계사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종신보험 역시 구성이 간단한 핵심 상품군이나 비대면 솔루션으로 판매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며 "종신보험 자체의 수요도 줄고 있어, 수년 내 종신보험 판매 시장도 격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임준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는 추세에 있는데 이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서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인적자원 고도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