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빅테크에 ‘철퇴’…'카카오가 네이버보다 더 아플 것'
입력 2021.12.24 07:00
    빅테크 내·외부 리스크 그룹으로 전이 차단 목적
    B2B보단 B2C 비즈니스가 규제의 영향 받아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개정 필요하단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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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윤수민 기자)

      금융위원회가 내년에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감독 체계 도입을 검토한다. 그동안 빅테크 업계가 당부해왔던 망분리 완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 등 내용도 반영됐으나, 규제강화로 득보단 실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동일한 빅테크 규제라 해도 네이버랑 카카오가 받게 될 영향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2일, 금융당국은 빅테크(대형IT기업)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빅테크 그룹 감독체계' 도입을 추진하기로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리스크 기반 행위규제 강화, 빅테크 그룹 감독체계 도입, 제3자 리스크 방지체계 구축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금융위는 빅테크발 잠재리스크 점검과 감독, 관리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빅테크 그룹을 감독하는 체계 도입이 검토된다. 금융회사도 빅테크발 리스크를 방지하는 체계를 만들도록 했다. 빅테크의 영업행위 규제도 강화된다.

      이러한 규제의 추진 배경에는 빅테크가 제공 중인 금융서비스별 영업행위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빅테크의 내·외부 리스크가 그룹으로 전이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일례로 지난 2013년 동양그룹이 계열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통해 시장에서 대규모 사기성 기업어음을 판매하고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대출했었다. 

      정부는 이미 지난 6월 말 삼성 한화 등 지주 형태가 아닌 금융그룹의 리스크를 감독하기 위한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금집법)을 시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감독체계를 빅테크 그룹에도 도입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이란 동일 기업 집단으로서 은행업 등 여수신업, 보험업, 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말한다.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총 6개 그룹이 규제 대상이다.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집단 차원의 위험에 대해 매년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현재는 카카오뱅크,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 그룹에 속한 개별 금융사만 금융당국 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 그룹 감독체계가 정착하면 개별 금융사의 모회사 격인 네이버, 카카오 역시 금융당국 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만, 동일한 빅테크 규제라도 카카오보단 네이버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2C 회사 모델일수록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처럼 카카오뱅크, 카카오증권, 카카오손보 등을 거느리는 회사는 개인고객과 접점이 많아서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네이버는 금융사가 네이버파이낸셜 정도고, 핀테크 사업을 하고 있어도 금융 관련된 영역은 제휴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네이버파이낸셜의수익모델에서 B2C보단 B2B 비중이 훨씬 높다. B2C는 사용자가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다. 이때 발생하는 PG 수수료의 대부분은 카드사의 몫이기 때문에 큰 수익이 발생하진 않는다.

      네이버페이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가맹점에게 제공하는 툴이다. 주문관리, 배송관리, 고객관리, 고객센터, 포인트 적립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툴이다.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뿐만 아니라, 외부 가맹점들도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보다 네이버가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비를 해왔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시즌에서도 네이버는 플랫폼 규제 리스크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와서 카카오보단 '플랫폼 국감'을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네이버는 카카오가 은행업 진출할 때 자금출처나 이러한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해서 사업 추진을 접었다고 한다. 회사는 빅테크도 규제환경으로 변화할거라고 우려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금집법 개정이 없는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는 공염불에 그친다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는 비주력 업종(금투업) 자산총액이 5조원에 미달하고 네이버는 여수신·보험·금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 법망에서 피해가기 때문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예전부터 빅테크 기업을 복합기업집단으로 넣어야한다는 이야기는 나왔다”라면서 “동일기능 동일규제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빅테크 기업들이 복합금융기업 집단으로는 요건이 충족이 안되어서 해당이 없을거고 별도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