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式 포스코 지배구조는 새 정부에서도 지속가능할까
입력 2021.12.27 07:00|수정 2021.12.27 10:08
    취재노트
    연임엔 성공, 임기는 못 채운 역대 회장들
    정권에 따라 회장 교체…수시로 방향성 수정
    대선 앞두고 지주사 전환, 인사 개편까지
    최정우 회장 지배력은 강화하는데…
    체제 지속·유지엔 의문 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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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선을 딱 3개월 가량 앞둔 민감한 시기.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경영 구조 개편을 추진중이다. 또 이를 전제로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30년만에 부회장직을 신설했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신사업군 핵심 인사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거론된다. "최정우 회장의 포스코 미래 경영전략과 이에 맞춘 임원 인사는 앞으로 얼마나 효력을 누릴 수 있을까."

      최정우 회장은 올해 연임에 성공, 2024년 3월까지 임기가 2년 이상 남았다. 하지만 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에 포스코 역대 회장들 가운데 연임 임기를 채운 인사는 없었다. 포스코ㆍKT처럼 '공공'과 '민간' 사이 어디쯤 위치한 것으로 인식된 기업에는 정권과 함께 회장직 교체가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니 최 회장도 오롯이 임기를 채우리라는 장담은 누구도 하지 못한다. 

      단순히 수장만 교체되는게 아니었다. 회장이 바뀌면 포스코의 사업 정체성도 수시로 변했고, 180도 방향전환이 되기도 했다. 불과 4년 전, 권오준 회장 당시 본업인 '철강부문'을 강화하겠다며 비핵심사업 구조조정에 한창이던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되레 '비철강부문'의 확대를 주장해 왔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니 새 정부 들어 정권의 '코드인사'가 다시 포스코 회장직을 차지한다면. 새로 취임할 회장은 지금의 포스코 미래전략과 부회장직 신설 등의 인사개편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까, 아니면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까. 

      이번 지주회사 전환의 경우, 사실 포스코는 이미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보니 물적분할을 놓고 ‘시기’와 ‘필요성’에 의구심도 제기됐다. 그래서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의가 확인된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 방향대로면 최정우 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주 회장이란 막강한 권력 아래 포진할 각 계열사들의 경영진과 이사의 수는 늘어나게 된다. 

      이번에 승진한 인사들은 대부분 최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소장을 맡았던 철강부문의 구심축 김학동 부회장은 추후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하면 포스코(분할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을 가장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사장 승진한 전중선 글로벌 인프라부문장은 그룹 전략기획본부와 비철강부문장을 겸직했고 최 회장 취임 100일 태스크포스(TF)의 팀장을 맡아 포스코 개혁과제 등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비철강부문의 확대가 목표인 지주회사 전환이 성공한다면, 전중선 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최정우 회장의 임기가 다 채워지거나 혹은 사업적 방향성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서 유의미하다. 따져보면 부회장직도 재계에서는 대기업 오너 지위가 확고한 그룹에서나 찾아볼법한 직함이다. 

      사실 벌써부터 포스코 차기 회장 하마평이 거론되기는 매우 이른 시기다. 그러나 포스코 내부에서는 양당 대선 캠프에 측근 인사들을 보내며 라인 잡기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권의 향방에 상당한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인사와 무관하게 정권의 코드에 맞춰 언제든 수장이 바뀌고, 그룹의 방향성은 물론 인사 체계 모두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을 경영진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회장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도 반드시 새로운 회장직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과거 권오준 전 회장의 신임을 얻었던 회장 후보 유력 인사가 결국 퇴임한 적도 있었다. 포스코 회장의 인선, 협력업체 선정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던 전직임원 모임 ‘중우회’도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렵다. 고(故) 박태준 회장 시절에나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면 이명박 정권 이후부턴 사실상 회장 인선에 관여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포스코 회장직이 정권의 '코드 인사'와 비슷하게 비쳐지는 탓에 외부 인사가 차지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순 없다. 물론 내부의 극심한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이제껏 전례를 찾아보긴 어렵다

      불확실한 거버넌스와 잦은 전략 변화는 포스코의 오랜 아킬레스 건이었다. 정부 지분도 없고, 엄연히 글로벌 수준의 상장사임에도 매번 정권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의 포스코의 전략과 인사개편은 이를 탈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효과를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이 지속하고, 경영진이 사업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고스란히 주주와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포스코에 투자한 기관투자가 수는 약 308곳,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50%가 넘는다. 사회적가치투자(ESG)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기관, 외국인 투자가들의 기조를 감안하면 포스코가 당면한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탈(脫) 석탄,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고 산업재해와 관련한 이슈에서도 포스코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