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사 기업가치, '아티스트' 아닌 '지적재산권(IP)'에 갈린다
입력 2021.12.28 07:00
    하이브 등 주요 엔터사,'IP 확장 기술' 집중 투자
    투자업계도 엔터사 투자 중심에 'IP 확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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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에도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화두는 지적재산권(IP)이 될 전망이다. 엔터사들은 자체 IP 확장 뿐 아니라 IP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엔터사들이 스포츠, 식음료, 의류, 뷰티 등 1차적인 ‘엔터·레저’ 관련 사업에 집중 투자했던 반면, 최근에는 산업 간 결합(컨버전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IP 활용’을 위한 투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산업 등 기술의 발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대표 엔터사들의 투자 트렌드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IT기업’을 표방하는 대표 엔터사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상장하기 전에는 몸집을 불리기 위한 레이블 인수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IP를 활용할 IT기술 확보에 집중된 투자 행보를 보였다. 코로나 시대로 온라인 콘서트 등 스트리밍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영상효과 제작사, AI 오디오, 비대면 콘서트 기술 스타트업 등에 투자를 이어갔다. 

      다른 엔터사들도 마찬가지다. JYP는 올해 팬 커뮤니티 디어유, 초고화질 콘텐츠 제작 플랫폼 포바이포에 투자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자회사인 YG스포츠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인피니툼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등 비핵심 자산을 정리했다. YG스포츠는 골프대회 대행, 골프용품·의류 유통, 골프선수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사업을 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 전문 회사다.

      엔터사들이 확장 영역을 바꾼 데에는 IP의 가치가 재평가 받고 있는 점이 크다. 이전에는 엔터업계에서 IP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적이었다. 광고면 광고, 음원이면 음원 각 분야에서만 활용됐고 이마저도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이렇다보니 음원 저작권, 소속 아티스트 등 주요 자산들만 ‘주요 IP’로 인정받았다. 

      IP 활용은 엔터사의 취약점으로 꼽혀 온 부족한 ‘영속성’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인기 아티스트를 배출해도 사건·사고로 매출이 타격을 받는 ‘불확실성’이 있는 반면, 사람은 가도(?) 음악은 남기 때문에 IP는 쌓일수록 수익을 이어갈 수 있다. 

      예로 비대면·대면 콘서트는 당시의 티켓 수익도 가능하지만. 보존된 영상으로 지속적인 IP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음원, 영상 IP를 NFT와 연결지으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가수 세븐은 지난 7월 신곡을 단 한 사람만 구매할 수 이는 NFT 음원으로 발매했고, 걸그룹 브레이브걸스는 업비트를 통해 NFT형식으로 한정판 일러스트를 발행했다. 

      IP 확보 전쟁엔 국경도 없다. 팬 커뮤니티는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하다보니 해외 유명 가수, 스포츠 스타, 인플루언서 등 IP 확보 작업이 한창이다. 웹소설·웹툰 글로벌 1위를 국내사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투고 있는 것처럼 국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업체들은 초기 IP확보를 통해 ‘글로벌 1위’를 노리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IT와 엔터의 결합은 새로운 건 아니고, 엔터 업계에서 IP 확보는 항상 중요했다. 다만 이전에는 활용 범위가 한정돼 있었다면 이제는 산업 간 결합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하게 활용할 길이 열린 게 크다”며 “결국은 IP 확보의 가장 좋은 방법이 M&A(인수합병)라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업계 흐름이 바뀌면서 투자업계에서도 ‘IP의 가치’에 엔터사의 핵심 포인트를 두고 있다. 과거 엔터사 투자는 소속 대표나 아티스트를 기반한 ‘매니지먼트사’로의 성장 가능성이 중요했다. 유명 아티스트를 배출하고, 매출이 늘고 기업 가치가 커지면 기업공개(IPO) 등 투자회수(exit)를 노렸다. 

      최근 IMM인베스트먼트는 2000억원 규모의 ‘IMM그로스벤처펀드 1호’를 최종 결성하고 첫 투자처로 피네이션을 낙점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해당 펀드는 배달의민족, 무신사, 크래프톤, 패스트파이브 등 여러 유니콘 육성 경험이 있는 윤원기 IMM상무가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피네이션은 2018년 설립된 엔터사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최대주주(지분율 62.60%)로 있다. 2019년 SKT로부터 50억원(지분 10%)을 투자받을 당시 피네이션의 기업가치는 약 500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 소속 아티스트는 싸이 포함 총 8명으로 헤이즈, 제시, 현아, 스윙스, 크러쉬 등이 있다. 음원 IP와 공연 수익이 주 매출처인데, 최근에는 펀드를 조성해 음원 IP 투자에 나서고 있다. 

      피네이션을 향한 벤처투자 업계에서의 투자 의사가 높았다고 전해진다. 뮤직카우 등 음원 저작권 쪽이 주목을 받고 있어 IP 투자 측면의 매력도를 높게 평가받았단 평이다. 싸이의 경우 특히 보유한 음원 저작권이 많은 가수로, 관련 자금을 끄는 데에도 ‘주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IB) 관계자는 “피네이션도 포트폴리오 자체보단 보유 음원 IP와 펀드로 음원 IP투자 나서고 있는 점이 클 것”이라며 “엔터업 투자에서 자체 포트폴리오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IP 투자나 확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