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CJ그룹 신용도 발목 잡은 CGV와 푸드빌
입력 2021.12.29 07:00
    코로나 장기화로 외식업·영화관 회복 더뎌지며
    수익성 악화 심화로 신용 리스크 오히려 악화
    외부 요인 크다보니 증자 타이밍 찾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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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CJ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된 CJ푸드빌과 CJ CGV의 신용도 이슈가 결국 올해를 넘기게 됐다. 작년부터 신용 위기감이 커지며 올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팬데믹 타격이 큰 사업들이다 보니 좀처럼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았다. (참고 기사 : 계속되는 신용 리스크…그룹 '아픈 손가락' 된 CJ푸드빌·CGV) 올해 증자, 영구채 발행 등 여러 카드를 썼음에도 괄목할 신용도 개선 효과가 없었던 만큼 CJ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CJ푸드빌의 장기신용등급(BBB)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외식부문의 영업실적이 부진한 점, 코로나 상황에서 영업수익성 안정화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나신평은 작년말 CJ푸드빌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고, 올해 6월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CJ푸드빌은 2020년 이후 부동산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에 나섰지만 등급 하향을 막지 못했다. 장기간 이어져온 수익성 악화 탓이다. 9월 기준 푸드빌의 부채 비율(연결)은 10,794.5%로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2019년 589.6%, 2020년 3960.6%로 그 증가 폭이 점점 커졌다.

      만약 CJ푸드빌의 신용등급이 한번 더 떨어지면 대기업 계열사로는 드문 'BBB-'등급을 달게 된다. CJ제일제당(AA/안정적), CJ대한통운(AA-/안정적) 등 핵심 계열사들의 우량 등급과 격차가 더욱 커지는 셈이다.

      회사는 ‘알짜’ 사업부였던 투썸플레이스 매각 이후 전체 매출 규모가 감소했다. 올해 영업적자 폭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부문별 격차는 벌어졌다. 뚜레쥬르는 배달 채널 확대, 국내·미국사업의 외형이 성장으로 실적 상승세를 기록했다. CJ측은 3월 칼라일과의 뜌레주르 매각 협상이 결렬된 후, 매각 재추진보다 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빕스(VIPS) 등 외식사업은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RMR(레스토랑 간편식) 사업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는 없다는 평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RMR 사업도 경쟁이 심화하면서 빕스만의 차별점을 갖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은 “CJ푸드빌은 영업실적 저하와 구조조정 비용에 따른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올해 9월말 연결 기준 약 39억원의 매우 미흡한 자기자본 규모를 보인다”며 “차입금 감축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영업실적의 회복 수준 및 향후 투자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자체적인 이익누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CJ CGV의 신용 등급 고민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등급이 2차례나 강등돼 A급 ‘끝단’에 위치하게 된 CJ CGV가 올해 반등할 것이냐가 관심사였는데 상황은 썩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나신평과 한국신용평가는 CGV의 등급 ‘A-‘와 ‘부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간신히 A급을 수성했지만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11월 등급 평가 때만 해도 ‘위드코로나’ 로 분위기가 완화되다가, 이후 오미크론 변이 출현 등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CJ CGV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했다. 회사는 이달 초 올해 ‘막바지’ 자본확충을 위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상위권 증권사인 KB, NH, 한국투자, SK, 삼성, 신한금융투자 6곳의 대표주관사단을 꾸렸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선순위 회사채보다 신용등급이 한 계단 낮아 위험도가 있고, ‘부정적’ 꼬리표까지 붙어 있어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연 5.5%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모집금액 1600억원 중 300억원 수준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CJ그룹으로서도 CJ CGV와 CJ푸드빌에 대한 고민이 많을 상황이다.

      CJ㈜(AA-/안정적)는 9월말 기준 CJ푸드빌과 CJ CGV의 지분을 각각 96.02%, 35.79%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두 기업의 부진은 곧 그룹 지주회사인 CJ㈜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진다. CJ㈜는 2020년부터 CJ CGV에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CJ그룹에선 올해 CJ푸드빌 증자를 검토했으나 진행하지 않았다. 증자 후 자본 회복 효과가 없으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어느 정도 실적 회복을 보인 후 최적의 증자 시기를 찾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CJ CGV의 상황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CJ그룹이 문화 컨텐츠 사업에 힘을 싣고 있어 ‘영화업’이 갖는 중요성도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자본도 확충한 상태다. 해외사업, 배달 등 다른 판로를 찾는 CJ푸드빌과 달리 ‘영화관’이 주 매출처인 CGV는 다른 수입원을 찾기 요원하다. 해외 사업의 부진도 언제 회복할지 점치기 어렵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푸드빌과 CGV 증자의 필요성을 회사나 그룹측에서도 알고 있고 타이밍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CGV는 이미 터키에서 재무적인 충격을 크게 받아 신용도 관리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자금을 여러 번 투입했지만 내년에도 영업 상황이 불확실해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