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70조’ LG엔솔 상장에 들썩이는 2차전지 주가...수급 교란 우려
입력 2021.12.30 07:00
    내년 상장 LG엔솔, '따상'시 시총 2위 SK하이닉스 제쳐
    운용사들, 상장에 발맞춰 ETF 테마지수 편입 준비 中
    LG엔솔에 ‘풀베팅’하느라 2차전지株 발 빼…하방압력↑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공모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수급이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2차전지 ETF에 편입된 LG화학의 비중을 줄이고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면 2차전지 관련 종목에 리밸런싱 충격이 더 커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LG화학 주가는 연중 최저점인 62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연중 최고점을 찍은 주가(105만원)에서 40% 넘게 떨어진 것이다. 23일 반등에 성공했지만 22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최저가를 연일 갱신했다. 

      LG화학과 함께 '배터리3사'로 묶이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약세다. 24일은 테슬라 주가 상승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으나, 삼성SDI 주가는 12월 들어 6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8월 중순 연중 최고점인 82만8000원에 비교하면 많이 내려간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도 연초 고점(32만7500원) 대비 30% 넘게 빠졌다. 

    • LG화학의 주가 하락을 부른 가장 큰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지목된다. LG화학에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에 떼내고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더블카운팅’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도 코스피 3~4위권으로 전망되면서 운용사들도 발빠르게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2차전지 ETF에는 LG화학이 편입되어 있는 상태다. 각 ETF의 방법론에 따라 ▲LG화학을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거나 ▲LG화학 비중을 줄이고 LG에너지솔루션을 편입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만약, LG화학을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전량 교체하면 리밸런싱 과정에서 LG화학에 대한 매도압력과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매수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ETF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따른 리밸런싱 여부는 개별 ETF의 구성방법론에 따라 결정되고, 편입시기 역시 동시다발적이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리밸런싱 규모는 종목선별 방식과 동시 보유 여부에 따라 차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밸런싱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2차전지 ETF를 출시한 운용사들이 테마형 지수의 지수방법론을 변경하며 LG에너지솔루션 편입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LG화학을 비롯한 2차전지 관련 주가의 하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TF 담당 운용사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정기변경일 전에 종목에 담으려면 지수방법론부터 바꿔야 하는데, 1월 상장 시기에 맞춰 2차전지 테마의 지수방법론에 대한 승인 신청을 한국거래소에 해놓았다”며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종목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리밸런싱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SK IET가 2차전지 ETF의 지수 정기변경일에 편입됐던 때와 대비된다. 5월 11일 상장한 SK IET는 상장 1개월만에 KODEX 2차전지산업 ETF 종목에 편입됐다. TIGER 2차전지테마 ETF와 TIGER KRX2차전지 K-뉴딜 ETF는 각각 7월과 9월 정기변경일에 포함됐다. 

      ‘따상’에 성공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를 넘어설 수 있어, 벤치마크와 괴리율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자금이 쏠리는 것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액티브 펀드 운용역은 “LG에너지솔루션에 넣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2차전지 관련 종목에 모두 ‘숏(매도)’치기로 논의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액티브 펀드 운용역도 “LG에너지솔루션 공모에 들어가려고 현금화하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 자금 대다수는 락업(의무보유)을 해서 자금이 묶이는데, 내년에 현대엔지니어링, SSG닷컴 등 ‘IPO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 예정이라 2차전지 외에도 다른 종목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대비해 기관이나 펀드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적어도 2월까지는 수급불안으로 2차전지 관련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