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딱지 붙으면 기업가치 1000억? '뻥튀기'에 골치 아픈 VC업계
입력 2022.01.05 07:00
    신사업 '어필'에 열올리며 몸값 높이는 추세
    특히 마이데이터가 IR에서 언급 많아지고 있어
    '돈 끌어올 수 있는 플랫폼' 된단 점에서 긍정적
    희소성 떨어지고 서비스 차별화 안된단 지적도
    투자처 찾는 VC심사역은 고민 커진다 토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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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벤처기업들이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한 '신사업 어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특히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 라이선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관심을 끈 가운데 모객이 가능한 신사업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부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선 이를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플랫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마이데이터는 서비스 차별화가 미흡한 초기 시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본허가 인가를 받은 기업들이 빠르게 늘면서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하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에서 벤처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에 밸류를 매기는 경우가 다수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이데이터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대형 VC 심사역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를 받았다며 밸류를 높여서 부르는 곳들이 많다"라며 "근래에 IR을 들었던 곳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할 수 있다며 밸류가 1000억원이라고 하더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주로 온투업체(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와 보안업체 등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이 마이데이터와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지난해 온투업체 최초로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획득한 피플펀드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을 늘릴 계획이다. 보안업체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늘어나는 보안 수요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투자를 결정하는 VC 심사역들 사이에선 반응이 나뉘는 분위기다.

      우선 마이데이터를 통해 '돈을 끌어올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마이데이터는 각종 기업과 기관에 흩어져 있는 소비자의 신용 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를 공급한다. 사업자는 이 과정에서 광고·중개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위상이 달라진 금융 플랫폼 기업들의 후광효과도 기대된다. 작년 코스피(KOSPI)에 상장한 카카오페이(카페)와 카카오뱅크(카뱅)는 지난달 30일 기준 각각 시총 23조136억원, 28조344억원으로 금융 대장주인 KB금융(22조8694억원)을 넘어섰다. 카뱅·카페 영향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사업이 '막' 시작한 터라 '플랫폼 차별화'가 미흡하다는 시각이 많다. 마이데이터는 지난해 말 사업자 17곳의 시범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오류가 속출하고 있다. 앱 구동이 잘 안 되거나 금융기관의 사정에 따라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라이선스의 희소성은 떨어졌다. 신용정보협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기업은 KB금융, LG CNS, 교보생명 등 54곳에 이르고 허가심의 중인 곳도 카카오뱅크, SK텔레콤, 11번가 등 23개사나 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사 및 핀테크 업체가 많아질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적합한 투자처를 선별해야 하는 VC 심사역들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대형 VC 심사역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라이선스는 사실상 신청하면 다해주는 수준으로 흔하다"라며 "마이데이터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기업이 많지만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