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없는 크래프톤 주가...어른거리는 '원 게임 리스크'의 저주
입력 2022.01.11 07:00
    신작 '뉴스테이트' 전작과 차별화 실패...지난달 월 매출 24억 추정
    '배틀로얄' 장르 인기도 시들...유저들은 다시 'MMO 대작'으로
    공모주 청약 기관들도 '물렸다'...보호예수 끝나는 2월 주가 주목
    • 모두가 '바닥'이라던 주당 40만원마저 무너졌다. 시가총액 기준 국내 게임 대장주 크래프톤은 연초 이후 연일 사상 최저가를 갱신 중이다. 기대를 모았던 신작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이하 뉴스테이트)가 글로벌 흥행에 실패하며, 기존작인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라는 '원 게임'에만 의존하는 회사로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주력 장르인 배틀로얄(1인이 남을 때까지 싸움)ㆍ서바이벌(생존)이 글로벌 게임 트렌드에서 다소 밀려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적어도 올해까진 크래프톤의 신작이 배틀로얄ㆍ서바이벌 장르에 치우쳐 있다.

      크래프톤 주가는 10일 장중 37만3000원까지 밀렸다. 공모가 49만8000원 대비 25%, 장중 최고가 58만원 기준 36% 낮은 수준이다. 상장 후 단단한 지지선(락 바텀) 역할을 해왔던 40만원선이 무너지고 난 뒤 실망 매물이 쏟아져나오며 당분간 주가의 추이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호재가 가득했다. 모건스탠리(MSCI) 한국 지수 편입이 확실시되며 패시브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고, 신작 뉴스테이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5000만명의 사전 등록을 받았다. 뉴스테이는 출시 2주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수 4000만건을 돌파하며 배그에 이어 다시금 글로벌 게임 시장을 평정할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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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기루였다. 편입이 확정되자 차익 거래를 노린 자금이 빠져나갔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뉴스테이트의 부진이었다. 초반엔 인기몰이를 하는 듯 했지만, 각종 수익성 지표가 빠른 속도로 추락하며 이제는 아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평가다.

      앱 정보 제공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현재 뉴스테이트의 미국 안드로이드 마켓 게임 부문 매출 순위는 303위에 그친다. 최고 순위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22일 기록한 90위를 꼭지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국내에선 더욱 외면받았다. 국내 안드로이드 마켓 기준 지난해 11월 18일 108위를 끝으로, 현재 277위까지 밀려났다.

      센서타워가 추정한 뉴스테이트의 지난해 11월 월간 매출은 약 64억원, 12월 월간 매출은 약 24억원이다. 출시 두 달간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불과 100억여원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개별 게임의 월간 매출 통계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마켓 매출 순위 등으로 미루어볼 때 뉴스테이트의 흥행 참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지난해 11월 12일 출시 직후 레포트에서 뉴스테이트의 하루 평균 매출액을 61억원, 2022년 연간 매출액을 2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실적 추정에 다소 보수적인 삼성증권도 2022년 뉴스테이트 연간 매출액을 550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수준의 매출 성과가 지속된다면, 올해 뉴스테이트 매출액은 300억원에 도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배그 모바일 인도 버전이 순항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다만 꾸준한 인기에도, 구매력 차이 때문에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센서타워에서 추정한 배그 모바일 인도 버전의 지난해 12월 월간 매출액은 110만달러(약 13억원)를 겨우 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에도 크래프톤은 배그 모바일의 중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화평정영에서 나오는 로열티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장 당시에는 뉴스테이트의 흥행 가능성에 상당한 비중을 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청사진이 무너진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테이트의 가능성을 보고 크래프톤 공모 청약에 참여했던 국내 기관들도 떨어진 주가에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공모가 이상으로 주가가 올랐을 때 보유 물량의 30%가량을 매각했다는 한 기관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에 주가가 급락해 손절하면서까지 매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카카오뱅크도 물려있어서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을 보고 펀드에 편입했는데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며 "장기적으로 괜찮을지 판단해 가져갈 지, 손절할 지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테이트의 흥행 실패 배경으로는 전작인 배그와의 차별화 실패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그래픽 적인 면이나 세부적인 일부 면에서는 진일보했지만, 기본적인 게임의 얼개나 진행ㆍ즐거움을 주는 핵심 요소 등이 배그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시 직후부터 '신작이지만 5년 전에 출시한 전작과 다른 게 없다'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뉴스테이트는 배그의 리마스터(재개발ㆍ재출시) 버전 혹은 새로운 게임 모드 정도의 평가를 받은 게 사실"이라며 "기존 배그 유저층의 관심을 잠시 끄는 덴 성공했지만, 신규 유저층을 창출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없진 않다. 크래프톤 내부엔 배그를 개발한 펍지스튜디오 외에도 블루홀ㆍ라이징웍스ㆍ드림모션ㆍ스트라이킹 디스턴스 등의 개발 자회사 및 스튜디오가 소속돼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신작만 10여개에 달한다. 이중 올해엔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프로젝트 비링엄이, 내년에는 타이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신작의 장르가 서바이벌ㆍ배틀로얄로 편중돼있다는 점이다. 주어진 조건 내에서 생존하고(서바이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1인이 되는(배틀로얄) 게임은 2017년 배그의 성공 이후 한동안 글로벌 게임업계를 주름잡던 핵심 장르였다.

      서바이벌ㆍ배틀로얄의 전성기는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는 게 게임업계 복수 관계자들의 평가다. 배그 등 배틀로얄과 리그오브레전드 등 AOS 장르에 몰려있던 유저들이 하나 둘 싫증을 내고 다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대작'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이 꼽은 최고 인기 출시작 리스트만 봐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고 판매 제품 1위 '백 4 블러드'는 4인 협력 1인칭슈팅(FPS) 게임이고, 2위 '파밍시뮬레이터 22'는 경영시뮬레이션, 3위 '뉴 월드'는 가상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MMORPG다. 순위에서 눈에 띄는 배틀로얄 장르는 중국 넷이즈가 개발한 무협 배틀로얄 게임인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 정도였다.

      물론 스팀은 개인용컴퓨터(PC) 버전의 게임을 공급하는 북미 중심의 플랫폼이다. 현재 크래프톤의 주력 매출원은 중국과 인도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시장이다. 다만 뉴스테이트가 그랬듯 크래프톤이 주로 북미 지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유저들이 선호하는 장르 트렌드의 변화가 차후 크래프톤의 매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다음달 11일 공모주를 받은 기관들의 보호예수가 풀린 뒤 수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대량 25%가량의 지분이 매물로 나올 수 있는데, 기관들이 장래를 보고 더 가져갈 지, 당장 손절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들 지가 크래프톤 주가의 다음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