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시 약속 '넷 중 셋' 못 지킨 카카오뱅크, 사상 최저 주가로 '은행 대장주' 내줘
입력 2022.01.11 13:24|수정 2022.01.11 13:36
    주가 5만원 붕괴돼…사업계획 장기간 차질 빚으면 평가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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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급락하며 '은행 대장주' 자리를 다시 내 줬다. 카카오 그룹주가 매크로 불확실성과 경영진 잡음으로 동반 하락세인 가운데, 카카오뱅크 역시 ‘사업 비전’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묻어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장 당시 제시했던 청사진 중 아직 태반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11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 거래일에 이어 또 다시 3%대 하락하며 5만원선을 내줬다. 앞서 지난 10일엔 전일 대비 7%나 급락한 5만11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 인해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23조5000억원으로 상장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반면 KB금융은 이틀 연속 3%대 상승세를 보이며 다시 은행 대장주 자리에 올랐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한때 45조원에 달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을 합쳐야 가까스로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에 육박할 정도였다. 압도적인 은행 대장주 대접을 받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불과 반 년 새 위상이 땅에 떨어진 셈이다.

      카카오뱅크 주가의 추락은 카카오 그룹의 확장 정책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시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비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매도 사태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있지만, 이를 통해 불거진 '카카오 성장성' 논란에 카카오뱅크도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카카오뱅크는 정체된 다른 은행주와는 달리 '성장주이자 은행주'로 각광받았다. 성장 기대감이 프리미엄의 배경이었던 것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장 당시 여러 신사업 구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 시점 기준,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4가지 '공약' 중 실현된 건 단 한 가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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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전·월세 및 중·저 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해나가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새로운 평가 모형 개발을 통해 자체 신용의 중·저 신용자 특화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계획했다. 

      또한, 서류제출, 심사, 현장조사를 간소화해 개인사업자 기업대출상품과 주택구입 자금을 포함한 완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은행의 기본 여신 상품 구성을 완성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카카오뱅크가 가장 중점적으로 내세운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 20%’ 약속은 못지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은 14.6%로 목표치였던 20.8%보다 6.2% 미달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신용자 대출을 막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전보다는 빠른 속도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부터 1,2등급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했지만,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지난해 11월 취급된 중·저신용자 대출에 해당하는 5,6등급 차주들에 대한 대출금리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연 6.2%로, 4대 시중은행이 제공한 금리 6.5%보다 높은 상황이다. 

      신용평가 모형 개발을 통한 중·저신용자 특화 대출 상품 출시 약속은 지켰다.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는 자체 중금리 신용 대출 상품인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을 선보이면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신용대출 ▲중신용플러스대출 ▲사잇돌대출 ▲햇살론15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만, 대안 신용평가모형(CSS)을 도입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을 확대하겠다던 공언이 결과물로 나오지는 않았다.

      카카오뱅크가 기업대출상품과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겠다던 공약도 올해 출시로 연기됐다. 작년 연말 100%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지만,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업대출은 취급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사업전망이 당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바라봤다. 사업환경은 금융당국 규제를 비롯한 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므로 사업계획 미이행을 즉각적 신용등급 조정 이슈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회사의 사업계획이 장기간 차질을 빚으면 사업 평가요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 토스뱅크 출범 등 업권 내 경쟁 심화, 주택담보대출 등 신상품 출시와 중저신용자 확대 계획에 따른 사업 영역 확대 여부 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기업 담당자들도 전자공시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들어가서 거래 기업들의 재무상황을 파악한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내놓은 사업계획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래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