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잠잠한 디오 M&A,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태 반사이익 볼까?
입력 2022.01.12 07:00
    2018년 PEF에 인수된 후 일찍부터 매각 가능성 거론
    작년 매각 공식화했지만 많은 원매자 이견 속에 이탈
    과점시장 1위 업체 대형 악재…경쟁사 반사 이익 예상
    디오 M&A에도 긍정적 영향?…단기 이익 증가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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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1위 오스템임플란트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사태 추이에 따라 상장폐지 등 최악의 사태도 예상되는데 경쟁사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찍부터 M&A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아직 소식이 없는 경쟁사가 이를 기회 삼아 새 주인을 찾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 이 모씨가 1880억원의 자금을 횡령 사건 이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24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주식을 펀드 신규 판매는 중단됐고, 이를 담보로 한 대출 만기 연장도 어려워졌다. 피해를 본 소액 주주들은 집단 소송에 나설 태세다.

      횡령 사건이 불거지자 덴티움, 디오 등 경쟁사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고 거래량도 폭증했다. 1위 업체가 위기를 맞으니 반사이익을 볼 경쟁사에 투심이 쏠린 형국이다. 이 가운데 한 이슈는 오랜 기간 추진된 디오 M&A 여부다. 

      디오는 1988년 동서기계로 출범해 2002년 임플란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임플란트 솔루션 디오나비를 개발했고, 매출의 70%가량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디오홀딩스(지분율 21.2%)고,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29.9%다. 디오홀딩스는 매그넘 사모투자합자회사(PEF)가 설립한 SPC로 2018년 김진철 디오 회장 등으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사들였다. 평균 투자 단가는 주당 3만7500원이다. 최근 시가총액은 6000억원 안팎을 오간다.

      디오홀딩스는 2020년말부터 꾸준히 M&A 가능성이 제기됐다. PEF 만기를 길게 설정하지 않아 일찍 여유를 두고 매각에 나섰을 것이란 평가다. 

      작년 상반기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삼아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후 한 때 디오 주가가 5만5000원을 넘기도 했다. 100% 지분 가치 1조원, 매각 대상 지분 가격은 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국내외 유수의 임플란트 기업과 PEF들이 디오 M&A에 관심을 보이며 성사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후 소식은 잠잠하다. 한 외국계 PEF는 세부 실사를 진행하며 진지하게 인수 의사를 보였으나 최근 결국 인수 의사를 접었다. 가격을 비롯한 세부 조건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디오는 지난달 재공시를 통해 ‘디오홀딩스 보유 지분에 대해 매각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횡령 사태의 파장이 얼마나 확산하느냐에 따라 디오 M&A의 성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은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 덴티움, 디오, 메가젠(비상장), 네오바이오텍(비상장) 등 5개사가 점유율 90%를 과점한다. 국내 사업은 보통 직영 판매망을 통해 병원에 납품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여느 의료 관련 사업처럼 수요처와의 끈끈한 네트워크와 신뢰가 중요한데 1위 회사에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다. 상장폐지처럼 극단적인 상황까진 가지 않더라도 영업상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아시아 1위, 글로벌 4위 임플란트 업체인데 이런 글로벌 위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회사는 작년 소형 PEF 운용사와 국내 금융사의 지원을 업고 글로벌 치과용 기자재 업체 카보(KaVo) 인수를 추진했으나 결국 무산되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반대로 디오를 비롯한 경쟁사 입장에선 점유율 상승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기대감에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진다면 잠재 원매자들도 높아진 몸값을 납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작년 외국계 PEF가 인수를 포기한 후에도 일부 인수 후보들이 디오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임플란트 업체들이 횡령 사태의 반사효과를 보더라도 즉각적인 이익 증가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물건을 먼저 납품하고 나중에 자금을 거둬들이는 사업 특성상 이익 증가 시점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플란트 업체들은 미수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채권을 할인해 묶어 파는 방식(팩토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태가 디오 M&A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제품을 납품한 후 미수금을 거둬들이는 것은 모든 임플란트 업체의 고민이라 이번 사태가 즉각적인 이익 증가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