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첫 삽은 떴지만...업비트 의존ㆍ카뱅 주가 급락 '어쩌나'
입력 2022.01.13 07:00
    "케이뱅크 몸값 산정 기준인데"…머리 싸맨 실무진
    업비트 의존성도 리스크…"시장이 인정할지 의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인 투자 열풍' 타이밍은 기가 막혔는데,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 타이밍은 참 야속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움직임을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비트코인 개당 4만달러선이 무너지는 등 암호화폐(크립토) 투자 열풍이 지난해같긴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중요한 피어그룹(Peer Group)의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케이뱅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7일 증권사들로부터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며 상장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중순 처음 흑자전환한 만큼 올해가 상장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평가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한 이래 꾸준히 순손실을 기록해오다 지난해 2분기 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상장 과정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유력한 피어그룹 대상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해 중순 상장 이후 9만4000원대까지 고공행진하던 주가는 4만9000원대로 절반가량 하락한 상태다. 시가총액도 11일 23조4000억원가량으로 쪼그라들며, KB금융(24조9069억원)에게 '은행 대장주'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실무진들은 머리를 싸매게 됐다.

    •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그간 카카오뱅크에 따라 전망돼 왔다. 지난해 중순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던 당시, 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의 대안으로 케이뱅크에 투자하려는 분위기였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을 투자자로 유치하는 등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2.2조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핀테크(Fintech)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삼았었다. 국내에선 마땅한 피어그룹 대상이 부재했던 까닭에서다. 케이뱅크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국내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두고 해외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삼을 경우 일종의 잡음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상장의 흥행 여부는, 수요예측 시점의 카카오뱅크 주가 흐름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카카오뱅크가 받았던 만큼 케이뱅크가 멀티플(Multiple)을 받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업비트에 대한 의존성도 고민이다.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불며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덕분에 대출 규모는 2020년 말 3조원대에서 지난해 3분기 12조원 규모로 4배가량, 예적금 규모는 같은 기간 3조원에서 6조원대로 2배 늘었다. '기사회생' 수준의 성장세다.

      그러나 이를 온전히 케이뱅크의 기업가치에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비트의 타은행과의 제휴 가능성이 제기된 진 오래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하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에 일부 참여, 1%가량 지분을 확보했다. 주주가 되면서 실명계좌 제휴사가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케이뱅크는 RFP를 통해 '차별화할 포지셔닝 전략'을 묻는 등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 덩치를 키우고 케이뱅크는 업비트 덕에 고객수가 늘어나는, 공생관계를 맺고 있고 금융당국의 제재가 없는 한 해당 관계는 오래 지속될 것 같다"라며 "1등인 카카오뱅크보다 특출난 부분이 업비트와의 '공생관계'인 셈인데, 암호화폐 투자를 위해 거쳐야만 하는 존재 자체의 밸류(Value)를 시장이 인정해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도 여전한 과제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하여금 중저신용자 대출의 비중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던 배경이기도 하다. 케이뱅크는 올해 21.5%까지 달성, 2030년까지 30%를 상회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으나 지난해 3분기 기준 13.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비중은 올해 2월 말쯤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