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ㆍ신한금융 'IT 혈맹'에 시장은 '심드렁'
입력 2022.01.18 11:15
    4375억원 규모 지분 교환...주가는 약세-보합 유지
    중장기 협력 여지 있지만...단기적으로는 '글쎄'
    "관료화 공룡 둘이 힘을 합친다고 IT 공략 가능하겠나"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KT와 신한금융그룹이 지분교환을 통해 'IT 혈맹'을 맺었다. 흔치 않은 대기업-은행지주간 전략적 협약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심드렁하다. 지나치게 협력 범위가 넓어 시너지가 날 만한 영역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다, 두 공룡이 힘을 합친다고 해서 약삭빠른 핀테크 벤처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긴 쉽지 않은 까닭이다.

      KT와 신한금융은 17일 전략적 협약을 발표하고 4375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결의했다. KT가 신한금융지주의 주식 약 2%를 내년 1월까지 장내 매입하고, 신한금융은 자회사 신한은행을 통해 일본 NTT도코모가 보유한 KT 지분 5.48%를 사들이는 구조다.

      두 회사는 협약을 발표하며 향후 IT 관련 총 23개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겠다고 천명했다. 금융업 특화 인공지능(AI)콜센터ㆍ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ㆍ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사업ㆍNFT 자산 발행 및 거래 플랫폼ㆍ국내 벤처 투자를 위한 공동 펀드 등이 골자다.

      최근 보기 힘든 대기업-은행지주간 지분 교환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긴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포스코ㆍSK 등 대기업과 은행지주와의 전략적 지분 교환이 흔했다. 이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지분 교환은 주로 해외 펀드에 맞서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한 목적이 강했고, 이를 국내 주주들이 지지한 덕분이다.

      이번 KT-신한금융 동맹은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장 중 관련 내용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 주가는 17일 1%대 하락 마감했다. 장 막판 KT의 지분 장내 취득과 관련해 매수세 유입 기대감이 작용했지만, 하락폭을 일부 축소하는데 그쳤다. 

      KT 역시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5%에 달하는 지분에 대한 잠재매물(오버행) 우려가 줄었음에도 불구, 주가 추이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단 증권가의 초점은 콜센터와 부동산 개발로 모아진다. 신한금융 내 콜센터를 KT 서버로 일원화하고, 여기에 AI를 적용해 고정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언급된다. 

      또한 KT가 보유한 장부가 기준 3조9000억원 규모 부동산을 개발할 때, 신한금융의 GIB조직이 프로젝트파이낸스(PF) 등 개발 주관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가 생활밀착형 플랫폼 시장에 진출한 점을 거론하며 글로벌 플랫폼 사업 가능성을 열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메타버스ㆍNFT 등 요즘 뜨거운 키워드만 내놨을 뿐, 실체가 불분명하며 중장기 시너지를 어디서 찾아야할 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발표 직후 일부 운용역과 금융ㆍ통신 담당 연구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시너지가 어디서 나올까'라며 분주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두 회사 모두 NFT와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보여준 적이 없는 곳들 아니냐"라며 "관료화된 두 공룡이 힘을 합친다고 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테크 벤처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KT의 주주 구성 및 의사결정 구조상 KT 보유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신한금융이 독식하는 것도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신한금융이 최근 데이터 및 신사업에 관심이 굉장히 많고, 벌이고 있는 사업도 많긴 하지만 당장의 수익성과 연결되는 건 사실상 없다"며 "KT도 신한금융도, 신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에 공표할만한 파트너십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당장 손에 잡히는 사업이나 수익성이 없다 보니 주가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중장기적으로 실제 협업 등이 추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의견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