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매물 희귀하다, 있는 거라도 오래 갖자'…안전지향으로 변모하는 사모펀드
입력 2022.01.20 07:00
    중소 딜 홍수에 볼만한 '빅딜'은 글로벌 펀드 가세로 경쟁치열
    우량자산 장기보유 움직임 일어…"왜 우린 꼭 엑시트해야 하나"
    보수적 LP들도 시선변화 전망…잇단 GP 간 돌려막기 관행 지적
    '리츠' '자산 재분배' '만기연장' 등 주로 거론…해외선 널리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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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들의 투자가 '안전지향'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소위 이익이 꾸준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좋은' 매물은 희귀해졌고, 몇 남지 않은 거래도 초대형 글로벌 PEF와의 각축전이 되면서 따내기 쉽지 않아졌다. 이에 결국 이미 보유하고 있는 좋은 포트폴리오라도 장기보유하려는 전략으로 선회, 해외 투자기법 유입이 적극 검토되기 시작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PE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장기보유할 수 있는 투자기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혹은 자산 재분배, 만기연장 등의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최근 특히 주목받는 건 자산 재분배와 만기연장 등이다. 영어로는 '인카인드 디스트리뷰션(in-kind distribution)'으로 통칭된다. 국내에선 생소하나 해외 대형 벤처캐피탈(VC)이나 PEF 운용사에겐 널리 알려져 있는 개념이다. 포트폴리오의 자산 가치가 올랐지만 투자금을 회수하는 대신 장기 보유를 원할 때 다른 펀드로 자산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꼭 펀드가 만기되지 않았더라도 투자자(LP)를 일부 교체, 중간 회수 차원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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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움직임은 '왜 우리는 꼭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는 걸까'라는 투자업계의 물음에서 비롯됐다. 통상 펀드는 10년 만기(5년 투자, 5년 회수)로 구성, 좋은 자산도 만기가 다가오면 매물로 출회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형 PEF 운용사의 한 임원은 "요즘엔 언제까지 좋은 딜에 투자해서 좋은 가격에 팔고 또 다시 좋은 딜에 참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이 같은 공식이 언제까지 통할지 모르겠다"라면서 "앞으로는 펀드만기와 관계없이 포트폴리오의 최대 밸류에이션 수준과 적정 매도 시점에 따라 움직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내 운용사(GP)들과 일부 LP들 사이에서 포트폴리오 장기보유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LP 대부분 개념이 생소했던 만큼 전개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근에 이르러선 이들 LP 내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LP 입장에서도 국내에 볼 만한 좋은 딜(Deal)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언급된다. 최근 M&A업계 주요 거래는 대형 VC나 중소형 PEF가 볼 만한 사이즈의 딜이 다수였던 데다 볼 만한 '빅딜'은 유수의 글로벌 펀드가 가세해 경쟁이 치열, 따내기 쉽지 않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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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라일그룹·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텍사스퍼시픽그룹(TPG)등 세계 주요 PEF 운용사들은 현재 40조원 이상 뭉칫돈을 들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에 나서 있다. 그간 아시아·태평양 전용펀드의 대표적인 수혜국이었던 중국은 기업규제로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고 비교적 PEF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일본 대신 한국 시장으로 관심이 모였다.  

      글로벌 투자사들과 경쟁해야 하다보니 국내 LP들에게도 각성 계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몇 남지 않은 좋은 자산마저 세컨더리(Secondary) 거래로 GP들 간 손바뀜만 거치고 있다는 점도 LP 분위기 변화의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됐다. 한 관계자는 "LP 입장에서 GP들 성과보수만 챙겨주고 돌려막기 하고 있다 보니 재밌는 딜이 없는 것"이라 평가했다. 

      현재로선 한앤컴퍼니의 쌍용C&E M&A가 국내 첫 장기보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앤컴퍼니는 국내외 투자자들과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를 조성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걸로 알려졌다. 환경 관련 신사업과 안정적인 배당 수익률이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안정적 친환경 투자로 평가받은 열병합 발전기업 GS파워도 관련 사례가 될 전망이다. IMM인베스트먼트(IMM인베)는 지난해 12월 GS에너지가 보유한 GS파워 지분 49%를 1조238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회사는 열병합 발전이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면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감축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 IMM인베도 이에 GS에너지를 장기보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