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까지 내다팔았다' LG엔솔 후유증 공포...사실상 '코스피 유상증자'
입력 2022.01.20 07:00
    일반청약 첫날만 수십조…수급 악화에 코스피 2800선
    공모 규모·시장 영향 모두 '사상 최대'…"계산 안 선다"
    유통가능 물량 6.8%뿐…패시브 자금만 '4~5조' 전망
    길게는 2월까지 증시 수급 왜곡…LG화학 주가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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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ES)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오며 단기 자금시장까지 영향을 받았습니다. 주식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후유증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 

      LG에너지솔루션(LGES) 상장이 국내 주식 시장에 안길 후유증이 얼마나 지속될지 시장의 고심이 깊다. 상장 당일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인 가운데 유통 가능한 최대 물량은 전체 주식의 6.8%에 불과하다. 대기 중인 기관투자자 자금만 수조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길게는 2월 내도록 LGES가 국내 증시의 수급을 휘저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ES의 일반청약이 시작된 18일 코스피 지수는 오후 들어 나스닥 선물 하락의 영향을 받으며 이틀째 2800선에 머물렀다. 시중 자금 대부분이 LGES를 향하며 수급 균형이 깨진 탓도 영향을 끼쳤다. LGES 일반공모 청약 자금은 첫날에만 32조원이 몰렸다. 지난해 국내 전체 공모금액의 60%를 넘기는 터라 청약 증거금만 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대 규모 IPO인 만큼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도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란 평이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대형 IPO는 시장 전체에 대한 유상증자로 받아들여진다. 벤치마크로 삼은 지수 편입이 확실시되는 만큼 편입 비중대로 기계적으로 LGES 주식을 담고 가야 하는 탓이다. 1월 초까지 LGES 상장을 앞두고 현금 확보를 위해 바구니를 비워낸 기관들은 상장 이후 LGES 매수에 나서야 한다. 지난 한 달가량 지속된 수급 일변도의 자금 이동이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다. 

    •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LGES 주식 총량은 약 1590만주로 전체의 6.8% 수준이다. 이 중 528만주는 기관의 의무보유 미확약 물량이고 1062만주는 일반청약에 참여한 개인 물량이다. 공모가 30만원 기준으로 약 4조7700억원이다. 반면 지수 편입으로 유입될 펀드 대기 자금만 4~5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늘, 내일 1000만주 가량을 받아 갈 개인이 팔지 않고 버틸 경우 품귀 현상이 불러올 후폭풍을 가늠하기 힘들단 푸념까지 나온다. 상장 후 15일 후, 한 달 후 풀리는 기관 물량은 약 390만주 정도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3개월, 6개월 이상 의무보유 확약을 걸어둔 탓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수십조 단위 IPO 전후로는 수급이 모든 걸 결정짓는 상황이 반복됐는데, LGES의 경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계산이 안 선다"라며 "펀드에서 담아야 하는 대기수요가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증권사 내에서도 LGES 상장에 따른 유입 자금 계산에 한창이다. 

      17일 종가 기준 코스피200 지수의 시가총액은 약 1843조원 규모다. LGES가 상장할 경우 단숨에 전체 시총의 3%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이 비중만큼 LGES 주식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나금융투자에선 LGES 상장에 따른 코스피 200 추종 자금의 유입액이 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MSCI 지수를 비롯해 2차전지 관련 ETF 펀드 자금도 LGES에 유입될 예정이다. 상장 당일 주가가 시초가 2배에서 출발할 경우 비중이 올라간 만큼 유입 자금도 기계적으로 불어난다.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지 않는 이상 다른 종목을 매도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존 대형주가 LGES에 자리를 내어줘야 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사 시황 담당 한 연구원은 "대기 자금과 유통 가능 물량 사이 공방전이 펼쳐질 텐데, LGES 상장일 이후로 대형주가 계속해서 수급을 내줘야 할 것"이라며 "2월부터 실적 시즌에 돌입할 예정인데 LGES IPO로 발생한 수급 중심 시장 왜곡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일시적 과열이 불가피한 터라 향후 LGES의 주식이 시장에 풀려나올 때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형 IPO 종목들은 줄줄이 일시적 과열 상태를 거쳐 주가 하락을 맞이했다. 수급 논리로 주가에 거품이 낄 경우 하락할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까닭이다. LGES는 경쟁사 중국 CATL과 비교해 상승 여지가 많이 남아 있어 고평가 논란이 있던 지난해 공모주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청약 열기를 반영해 '따상'(상장일 시초가 두 배에서 출발해 다시 상한가를 기록)을 갔다가 추락할 거란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시총 상위 대형주의 1월 효과가 2월 중순 이후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LGES 상장일에 맞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은 LGES 주가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엇보다도 기존 배터리 3사에 속하던 모회사 LG화학의 경우 LGES의 경우 향후 주가를 예측하기가 가장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시가총액 10위 내에 중복된 배터리 사업 가치가 30조원에서 40조원이 되는 셈"이라며 "모자회사 동시상장 시 시장에서 모회사 보유 지분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 줄지 새로운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