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사고 '나비효과'...건설업계 자금 조달 길 막힐까 촉각
입력 2022.01.24 07:00
    HDC현산, 영업정지 되면 당분간 사업활동 길 막힐 듯
    부동산PF 만기 도래 상환 ‘위기’...ESG 채권 발행도 기약 없어
    건설업 전반으로 퍼질 영향도 다분...HDC현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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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사고 여파의 후폭풍이 거세다. HDC현산의 사업 수주가 사실상 어려워진 데다 단기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주가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향후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은 물론,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해뒀던 자금 상환에 빨간 불이 켜졌다. 

      건설업계 전반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ESG 채권 발행에 대한 시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금번 사고가 비단 HDC현산만의 문제라기보다 업계 전반에 걸친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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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윤수민 기자)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의 건설업 라이선스를 두고 단기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HDC현산의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의 사고조사와 현장 수습지원이 완료된 후 해당 결과를 토대로 HDC현산 건설업과 관련한 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8개월에서 최대 1년6개월까지의 영업정지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사실상 HDC현산의 사업활동은 ‘올스톱’ 된다. 당분간 신규 사업수주는 물론, 현재 시공 중인 사업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DC현산은 대부분의 매출을 주택 사업부문에서 내고 있다. 아파트 건설사업 수주가 막힌다면 실질적인 매출 활로가 없어지는 셈이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차환도 큰 고민거리다. 1월까지 2300억원, 3월 말까지 1조198억원의 유동화증권의 만기가 돌아온다. 만약 차환 발행을 하지 못하면 HDC현산이 직접 해당 증권을 인수해야 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HDC현산의 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대응여력은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순차입금은 669억원으로 총차입금 1조8755억원을 웃돌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신규 사업수주와 함께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정상적인 건설업 활동을 영위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한 부동산PF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건설업 라이선스 자체를 날릴 수 있는 상황인데 자금 조달이 가능하겠냐”라며 “증권사든 은행이든 부동산PF로 현금을 융통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HDC현산의 개별 이슈가 부각되는 모양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언제라도 해당 여파가 건설사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3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다른 건설사들도 충분히 ‘제2의 HDC현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꼭 현장사고가 아니더라도 건설업 전반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퍼질 경우 ESG 채권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은 시작도 못 해보고 저물 수 있다"며 "HDC현산의 시공 프로세스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지만 다른 시공사들도 HDC현산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타 건설사와 비교해 원가 절감을 위한 공사기간 단축이 과도했다고 지적해오고 있다. 다만 일부 현장에서는 시공사라면 누구나 공사기간 최소화를 통한 비용절감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당장 중대재해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떨고 있는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는 평이다. 

      자금 조달 차원에서도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상당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그간 건설사들은 기본적인 주택건설 사업부문 외에도 신사업 진출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을 검토해왔다. 아직 초기 단계였지만 건설사들의 수요는 상당히 높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ESG와 직결된 문제인 현장사고가 발생하면서 채권 발행 시 필요한 인증 절차는 한층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ESG 인증에 필수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주문하는 인증기관의 요구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들 사이에서는 HDC현산의 시공 프로세스에 대해 모든 건설사들은 공사기간 최소화, 비용절감 하는 것은 당연한 관행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개 층을 올리는 것이 무리하다고 하는데 다른 건설현장에서도 대부분 이렇게 한다”라며 “HDC현산의 경우 문제가 터졌으니 문제가 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