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달라져야" 절박함 드러낸 롯데…시장은 '기대반 의심반'
입력 2022.01.24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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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의 침체’를 타파하기 위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주문은 또다시 ‘혁신’이었다. 20일 롯데는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2022년 상반기 VCM(구 사장단회의)을 진행했다. ‘새로운 롯데, 혁신’을 주제로 열린 VCM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 롯데지주 및 계열사 대표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신동빈 롯데 회장은 꾸준히 혁신을 외쳤지만, 별다른 ‘액션’을 보여주지 않아 시장의 냉소적 반응이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롯데가 ‘임원 외부 영입’, ‘조직 개편’의 칼을 빼드는 절박함을 보이면서 ‘기대반 의심반’의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파격 인사로 초강수를 뒀다. ‘정통 롯데맨’ 관행을 깨고 4개 주요 사업군 중 2곳의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젊은 조직'을 향한 신동빈 회장의 강박(?)도 높다고 알려진다. 신 회장은 이번 VCM에서 이러한 ‘롯데의 부진’이 낡은 조직문화에 기인한다고 강조하며 각 계열사 대표에게 과감한 시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인사와 함께 롯데는 그룹차원의 조직개편도 대수술에 들어갔다. 2017년 도입한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4개 BU(비즈니스유닛) 체제를 식품, 쇼핑, 호텔, 화학 4개의 헤드쿼터(HQ) 체제로 바꿨다. HQ체제의 핵심은 ‘실행력 강화’다. 기존 BU체제는 계열사 현안과 실적관리, 공동전략 수립 에 집중한 체제다보니 실제 의사결정 권한이 미미했다. 또한 유통BU도 있고 쇼핑 BU도 있는 옥상옥 구조가 나타나면서 의사소통의 비효율성도 높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호텔/서비스 BU는 관광사업과 관련된 호텔, 리조트, 월드, 면세는 물론이고 기타사업으로 분류되는 렌탈, 캐논, 물산, 상사까지 억지로 묶이면서 호텔/서비스 BU장이 해당 부문들의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하는 어색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이번 HQ 개편으로 연관 사업 그룹화를 명확히하고, 신동빈 회장 직속보고 등 소통의 신속함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유통명가’, ‘재계 5위권’인 롯데그룹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격동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고, 과거 ‘주특기’였던 M&A(인수합병)에서도 별다른 수확을 내지 못하면서 시장 내 기대치가 낮아졌다. 지난해 ‘빅딜’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도 이베이 인수를 향한 의지가 강했다기보단 유통 경쟁자인 신세계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이유가 컸단 평이다. M&A 업계 관계자들은 존재감이 미미해진 롯데그룹을 두고 ‘롯데가 옛날엔 M&A를 참 잘했었는데…’ 라며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한다. 

      이제는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강하게 변화를 원하고있는 만큼, 그룹 내부에서는 “이정도면 정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나오는 분위기다. 실제 각 HQ 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4개의 HQ 중 절반인 유통, 호텔 주요 부문 수장에 외부 인사가 온 것은 큰 변화긴 하다”며 “HQ장이 롯데 내에서 상당히 높은 직책임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A 시장에서도 올해 롯데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21일 롯데그룹은 3100억원에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2022년 첫 딜을 단행했다. 지난해까지 롯데가 M&A에서 무리하지 않은 것은 신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다. 롯데 측은 매물들을 계속 보고 있지만 인수 메리트가 큰 곳들을 찾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롯데그룹을 향한 시장의 평가가 단숨에 변하기는 쉽지 않다. 미니스톱 인수도 ‘새로울 건 없는’ 딜이라는 평이다. "오프라인인 편의점에 3000억원을 쓰느니, 온라인에 투자하는게 낫지 않냐"는 심드렁한 반응도 나온다. 또한 새로운 HQ체제가 ‘회장님 직속보고’, ‘권한 강화’를 내세운다고 하지만 각 계열사들의 배당 계획까지 지주사 승인이 필요한 롯데그룹의 ‘회장님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