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아래 상장사만 셋…한국조선해양 보유할 이유가 있을까
입력 2022.01.24 07:00
    Weekly Invest
    한국조선해양, 연내 현대삼호중공업 IPO 추진 계획
    무산시 수천억 내놔야…IPO 외 다른 대안 없는 실정
    대우조선 인수 불발에 지배구조 논란 등 변수 늘며
    기존 지배구조 청사진 꼬이는 중…한국조선해양 입지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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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조선해양이 주주 반발을 무릅쓰고 다시 한번 자회사 상장에 나선다. 그룹 차원에서 보자면 모회사부터 중간지주회사, 3개 손자회사까지 모두 동일 시장에 상장하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시기적으로 부담이 상당하단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에 대한 투심 악화 등 변수로 기존 지배구조 청사진이 꼬이며,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대한 투자 명분이 애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일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기업설명회(IR)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의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사례와 별개지만 현재 시장에서 모자회사 동시상장 자체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상장으로 주가가 폭락한 적이 있다 보니 시기적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에 따를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으로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추진 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7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통해 4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성격으로 5년 내 IPO를 완주하지 못하면 모회사 한국조선해양 또는 한국조선해양이 지정하는 제3자가 당시 발행했던 신주를 모두 매입해야 한다. 당시 주주 간 계약에는 상장 무산 시 모회사가 원금 4000억원에 연 9.5% 수익률을 가산한 금액을 투자자에 돌려줘야 한다는 위약벌 조건도 담겼다.

    • 지난 수년 동안 추진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시장의 여러 변수로 인해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의 경우 관련 업계에선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국조선해양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구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한국조선해양 아래 신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자회사로 두는 작업을 마친 것만으로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역할을 다했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 프리 IPO 이후로 5년 동안 분할·합병을 반복하며 조선 부문 중간지주 아래 배 만드는 자회사를 병렬로 거느리는 구조를 갖췄다"라며 "대우조선해양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자회사를 차례로 상장하며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러나 모자회사 동시상장에 대한 여론 악화 및 국내 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 분위기는 올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주주 입김이 한창 거세지는 차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산됐고 상장 시한도 임박하며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현대중공업 때처럼 물적분할 후 동시상장 구조는 아니지만 난이도는 현대삼호중공업의 IPO가 더 높을 거란 평가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100% 자회사로 구주매출 없이 신주 발행을 통해 성장 재원을 수혈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은 기존 투자자의 회수(Exit)가 핵심 명분이라 수천억원 규모 구주매출이 예정돼 있고, 가치 평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개연이 크다. 

      이전에도 시장 내에선 상장 중간지주사에 대해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현대중공업을 상장시키며 11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2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6조3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셈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이 마무리될 경우 보유 지분 가치에 대한 추가 할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주 보호 의무가 쟁점으로 떠오른 시기에 지주사부터 중간지주사, 자회사까지 전부 같은 시장에 상장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라며 "지난해에도 중간지주인 한국조선해양이 되기 전부터 국내 1등 조선사인 구 현대중공업을 장기 투자해온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약탈적이란 이야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선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보유해야 할 이유가 점차 사라진다는 성토가 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이후 재차 하락할 경우 그룹에 대한 평판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 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 연구개발(R&D)센터 출범을 시작으로 핵심 인력과 기술을 끌어모아 한국조선해양에 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지배주주를 위한 작업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동시상장을 줄지어 성사시키면서 주주 간 이해상충을 방치하고 있다는 식으로 조명될 경우 그룹 내 다른 IPO 등 거래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