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에 놀란 기업들…롯데지주·현대위아도 채권 발행 미뤘다
입력 2022.01.27 07:00
    AA급도 발행 철회…A급 투심은 더욱 '싸늘'
    가파른 금리 인상에 기업 자금조달 여력 악화
    금리 변동성 안정돼야 회사채 수요 회복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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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상승 여파로 연초부터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 연기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하자 회사채 시장의 ‘연초효과’도 사라진 가운데 기업들은 올해 자금조달 계획 수정에 나서고 있다. 기업도, 기관투자자들도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AA급의 우량 대기업 계열사들도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롯데지주(AA)는 최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지주뿐 아니라 현대위아(AA-)도 내부 사정으로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다.

      롯데지주는 해당 회사채를 오는 3~4월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해 발행할 예정이었다. 국내외 시장 상황과 내부 사정을 고려해 공모를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CP가 단기 자금 조달용임을 고려하면 발행 철회로 단기 자금 운용 악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다만 우량 대기업인만큼 CP발행 등 다른 조달 선택지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이다. 

      A급 회사채 시장의 투심은 더욱 빠르게 얼어붙고있다. 이달 13일 CJ프레시웨이(A)가 공모채 1000억원 모집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집액의 절반 가량만 주문이 들어오며 미매각을 기록했다. 25일 LS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S전선(A+)도 12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5년물에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투심이 급랭하면서 이달 한솔제지(A)는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 계획을 중단했다. ESG채권으로 발행하기 위해 ESG인증을 받고 수요예측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대내외 시장상황을 고려해 발행을 미뤘다. 

      부실시공 후폭풍을 겪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 HDC현대EP도 최근 회사채 발행을 연기했다. A- 등급의 HDC현대EP는 대표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하고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지만, 시장상황과 그룹사 이슈까지 겹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발행자금을 ESG 채권으로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추후에도 발행 재개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기업들의 연이은 회사채 발행 연기는 최근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연초부터 국채금리는 금리인상 기조와 추경 예산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변동폭이 크게 확대하며 급등했다. 이에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해 최소 4번 이상 인상하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2%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셈법이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금리 상승은 곧 채권 가격 하락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회사채 주관사 관계자는 “기관들이 워낙 몸을 사리고 있어 주관사도 기업들에게 발행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시장 추이를 살피자고 조언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기대한 연초효과는 없는 상황이고,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다들 발행을 주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관사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 때문에 준비를 다 마쳤어도 발행을 미루는 기업들이 많고, 우량기업 위주로 발행이 추진되는 분위기”라며 “국채금리가 튀고 있는 현재의 상황으로는 회사채 투자 메리트가 적은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기관과 기업 모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썰렁한 회사채 시장 분위기 속에서 금리 인상에 앞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수요도 계속되고 있다. 설 명절 전인 1월 말 SK인천석유화학(A+), 호텔롯데(AA-),한화(A+), 신세계(AA) 등의 수요예측이 남아있다. 다만 우호적인 금리 조건,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며 연초효과를 분명히 보여줬던 작년과 비교하면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란 평이다. 

      통상 회사채는 연초 효과를 노린 연초 발행이 포함된 상반기 발행이 한 해의 발행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는 적어도 1분기가 지나야 금리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조달 계획이 한 템포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당분간은 회사채 시장의 투심 위축이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며 “크레딧 투심 회복에는 국채시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가 관건인데, 국채금리가 안정세에 들어서면 크레딧 수요도 회복기에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