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국민연금 증시 안전판은 '옛말'…LG엔솔 쓸어담기 전념
입력 2022.01.28 07:00
    취재노트
    증시안정자금 명목 연기금 매수세 실종
    대선 앞둔 시점에 국민연금 눈치게임도 끝?
    힘 잃은 국민연금 역할론
    오히려 강한 매도세에 코스피 하락 주도
    LG엔솔 편입 자금 마련도 요인 중 하나
    • 연일 거듭하는 국내 증시 하락장에 안전판이 보이지 않는다. 코스피 지수의 조그만 붕괴 조짐만 보여도 앞장서던 연기금의 매수세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대세 상승장이 끝나가는 시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나서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할 유인이 줄어들었다. 또한 역대급 공모에 나선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기업공개(IPO) 또한 개별 대형주에 대한 연기금 자금의 순유출을 이끌어 내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사실 국민연금으로 대표하는 연기금(투자주체)은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국내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코스피의 하단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코스피가 1400선까지 후퇴했들 때 그나마 더 큰 폭락장을 막아낸 주체가 국민연금이었다. 2020년 3월 한 달 동안 매수한 금액만 약 3조원에 달했다. 

      코스피가 1700~1800선에 전반적인 상승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2020년 중순, 그리고 200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초에도 국민연금의 매수세는 증시를 받치는 가장 큰 힘이었다. 직접 기업 주식을 매수하거나 위탁운용사를 통해 주문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7월 33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27일 14개월만에 최저점을 기록하며 이제 2600선 그 아래를 조심스레 예상해 볼 수 있다. 

      전반적인 글로벌 증시의 하락보다 더욱 뚜렷한 하향세를 그리는 국내증시에 연기금이 깜짝 등판할 것이란 기대감은 이미 깨졌다. 오히려 올해 들어 매도세가 더욱 강해졌고, 증시 하락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국민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기금 계정은 지난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6150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294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4조2580억원, 외국인은 9560억원가량을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의 순매도는 올해 들어 18영업일 이상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등판할 당시와 비교해 정치적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힘을 받기 어려운 시점이란 점은 당분간 국민연금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담당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 증시가 휘청일 당시 ‘증시안정자금’ 명목으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라는 사인이 종종 있었으나 최근엔 이 같은 주문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대선은 앞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외부 요인에 의해 매수-매도 주문을 넣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LG엔솔이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는 점도 원인중 하나다. 국민연금 및 국민연금의 위탁자금을 운용하는 운용사들또한 LG엔솔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는 LG엔솔이 증시에 데뷔한 직후 시가총액 상위에 위치하면서 각 펀드에서 보유해야하는 LG엔솔 주식 비중을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즉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LG엔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라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펀드도 같은 비중으로 종목을 편입해야하기 때문이다.

      LG엔솔 편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연기금은 물론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최근들어 삼성전자 및 우량주의 비중을 낮추면서 자금을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이 같은 현상은 LG엔솔 상장 당일날도 나타났는데 의무보유기간(락업)이 없는 외국인과 개인들의 매도세가 집중됐고, 이를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사들이며 오후에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목표 비율은 16.8%로, ±3%p 수준까지 비중 조정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주식비중을 2025년 15%까지 줄이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배분계획을 발표한 상태기 때문에 향후 연기금의 급격한 자금유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