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공모가 수성도 위험...투자 사모펀드들은 LTV 관리 부담
입력 2022.02.03 07:00|수정 2022.02.03 11:10
    성과 부진에 카카오페이 사건 겹치며 공모가 가까이 하락
    상장 후 주가 고공행진 속 돈 빌린 PEF들 부담도 커질 듯
    당장 EOD 부담 없지만…부정적 여론·보호예수 해제 등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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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뱅크 주가가 잇따른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성과 부진에 ‘반(反)카카오’ 정서까지 겹치며 상장 공모가 수성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카카오뱅크에 투자한 사모펀드(PEF)들도 주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 관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한이익상실(EOD)과 같은 극단적 문제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고 보호예수 물량도 풀리는 등 변수가 많아 주가를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8월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당일 주가는 ‘따상’에 실패했지만 공모가(3만9000원) 대비 79% 상승 마감했다. 카카오뱅크는 이후에도 카카오 프리미엄을 얻은 ‘테크주’로 평가 받으며 주가가 한때 9만원을 넘기도 했다. 이후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지만 주가는 6만~7만원 수준을 오가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두달 새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내외서 금리 상승 구간에 접어들며 유동성의 힘이 둔화하고 당초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면도 있었지만, 카카오그룹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작년 12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취득한 주식을 조기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기며 공분을 불러왔다. 카카오뱅크 경영진의 주식 매도도 뒤늦게 알려지며 주가하락이 이어졌다. 26일 종가는 4만550원으로 공모가에 거의 근접했다.

      카카오뱅크 재무적투자자(FI)들도 고민될 상황이다. 

      TPG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 PEF는 2020년말 카카오뱅크에 각각 2504억원(주당 2만3500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후 주가가 오르자 작년 11월 TPG는 2550억원(한도대출 300억원 별도), 앵커PE는 2620억원(한도대출 250억원 별도)을 금융권에서 빌려 투자자에 배당했다. 두 PEF가 빌린 자금을 담보 제공 주식(각 1064만주)에 나눠보면 2만4000원 안팎이다. 차입 당시 카카오뱅크 주가는 6만원 수준이었으니 담보가치는 충분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의 담보가치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담보 주식 가격이 낮아지면 기존 차입금 대비 LTV는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아지고 LTV가 높아지면 차입 약정에 따른 페널티가 PEF에 부과될 수 있다.

      금융사들은 사모펀드가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때 주식의 가치보다 낮은 비율(LTV)로 자금을 빌려준다. 가치 변동성이 크지 않은 비상장 주식보다는 외부 변수에 따른 주가 등락이 큰 상장 주식 담보대출에 여유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LTV가 60%에 도달했을 때 조기상환 조건이 발동된다면 상장사의 경우 70% 이상에서 발동하는 식이다.

      금융사간 주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차입자인 PEF에 우호적인 조건이 많아졌다. 과거엔 LTV가 75%에 달하면 EOD 사유였지만 최근엔 중간 지대를 두는 경우도 늘었다. LTV 75~80% 구간에선 차입금리를 얼마간 가산하고, 80%를 넘어서야 조기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차주나 담보 주식에 따라 조건이 천차만별이지만 LTV가 80% 이상이 되면 차주나 금융사 모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LTV를 낮추려면 PEF가 추가 출자하고 차입금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큰 쪽은 앵커PE다. 앵커PE는 TPG보다 자금을 더 빌렸고 차입 만기는 1년 길며 차입 금리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 조건 자체는 좋지만 LTV 기준에서는 TPG 쪽보다 불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예를 들어 TPG의 EOD 발생 시점이 LTV 90%라면 앵커PE는 그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령 같은 LTV 조건이라 하더라도 돈을 더 빌린 앵커PE 쪽이 주가 하락 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 EOD처럼 긴박한 문제가 생길 상황은 아니다. 차입 원금에 반년간의 이자를 포함하더라도 두 PEF 차입금의 LTV가 80%에 달하려면 카카오뱅크 주가가 3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PEF 입장에선 아직 1만원 안팎의 주가가 더 떨어져도 버틸 여력이 있는 셈이다.

      다만 마냥 안도할 만한 상황으로 보기도 어렵다. 카카오페이 사태 후 카카오그룹에서 각종 쇄신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주식 시장은 화답하지 않고 있다. 시장금리 인상, 국제 정세 등 주식 시장을 억누르는 변수도 많다. 테크주로 각광받았지만 결국은 은행주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호예수 해제 이슈도 있다. 다음달 6일이면 상장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여있던 기관투자가 물량이 풀리는데 이 비중은 전체 주식수의 2.79%에 달한다. 이 주식들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하락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기존주주였던 넷마블과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PEF 투자자들의 보호 예수도 풀리는데 이들까지 매각 행렬에 동참하면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시장에서 불안해하는 모습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주가가 앞으로 더 떨어지면 PEF가 추가로 출자를 하거나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LTV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