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레이크의 티맥스소프트 투자…수익성 보완 장치는 '티맥스데이터' 지분
입력 2022.02.03 07:00
    티맥스그룹, 고금리 차입금 부담에 ‘소프트’ 매각 나서
    매도자 콜옵션·인수자 풋옵션 보유…몸값 비싸다 지적도
    스카이레이크, ’데이터’ 지분 묶어팔 권리로 수익성 보완
    알짜 ‘데이터’ 성장성 커…매각자 되사올 자금 마련 과제
    • 국내 미들웨어 1위 티맥스소프트 매각에 매각자-인수자간 풋-콜옵션(Put-Call Option)활용됐다. 인수측은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관계사 티맥스데이터 지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작년 12월 15일 스카이레이크는 MBK파트너스, 베스핀글로벌과 경쟁을 거쳐 티맥스소프트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그달 말 주식매각계약(SPA)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박대연 회장(작년 9월말 지분율 28.9%)과 티맥스데이터(24.05%) 등이 보유한 티맥스소프트 지분 약 60%다. 지분 거래 대금은 5600억원, 메자닌 투자까지 포함한 거래 규모는 6600억원으로 거론된다.

      이 거래는 그룹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 티맥스그룹은 2020년 티맥스소프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다 무산됐고, 과거에 받은 상장전투자(프리 IPO) 자금을 돌려줘야 할 부담도 생겼다. 그룹은 새로 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작년 초 메리츠증권으로부터 2000억원을 조달해 급한 불을 껐다. 이 자금은 약정상 올해부터 금리가 대폭 오르게 돼 있었기 때문에 티맥스그룹으로선 M&A를 통해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일단 금융권 차입으로 거래를 종결한 후, 새로 결성한 프로젝트펀드 자금으로 대체할 전망이다.

      티맥스소프트 M&A 초기 기업가치가 1조원까지 거론되며 많은 잠재 원매자들이 부담을 느꼈다. 회사가 국내 미들웨어(운영체제(OS)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1위 사업자고 매년 300억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줄하고 있지만 성장성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업계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면 티맥스소프트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또 매각자 측으로서는 당장의 유동성 문제때문에 매각을 진행하지만 향후 업황개선으로 사업을 되찾아올 기회를 노릴 필요성도 있었다. 

      이에 티맥스소프트 매각자 측은 M&A 2년 후부터 2년간 매각 주식을 되사올 권리(Call option)을 갖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스카이레이크도 매각자 측에 되사달라는 권리(Put option)를 행사할 수 있다. 콜옵션이나 풋옵션 모두 내부수익률(IRR) 기준은 10% 중반대다. 

      콜옵션과 풋옵션 모두 실행이 불발되면 스카이레이크는 티맥스소프트 지분을 매각해 회수해야 하는데 성장성이 크지 않은 티맥스소프트만으로는 목표 IRR 이상의 몸값을 챙기기 쉽지 않다. 이번 거래에선 IPO 실행 조건도 담기지 않았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티맥스데이터 지분까지 묶어서 매각할 수 있는 권리(Drag along)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티맥스데이터는 박대연 회장이 최대주주(2020년말 지분율 88.71%)인데, 이 중 일부가 이번 매각 거래에 포함된다. 지분을 신탁하고 이에 질권을 설정해 담보력을 보충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론 티맥스소프트 주식 거래 금액의 상당 부분이 티맥스데이터 지분 값이라고 볼 수 있다.

      티맥스데이터는 아직 회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에 힘을 쏟고 있어 성장 전망이 밝다. 2020년 티맥스데이터의 데이터베이스솔루션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된 티맥스티베로가 알짜로 꼽힌다. 티맥스티베로는 설립 후 8개월간 영업수익 320억원, 영업이익 159억원을 기록했다. 스카이레이크 입장에선 유망 기업 지분을 실질 담보로 활용할 수 있으니 회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맥스그룹 입장에선 티맥스소프트만 활용해서는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다”며 “스카이레이크는 지분 값을 더 쳐주는 대신 티맥스데이터 지분까지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티맥스그룹으로선 티맥스소프트 매각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향후 그룹의 성장 동력이 될 티맥스데이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스카이레이크에 보장해야 할 수익률이 낮지 않기 때문에 티맥스소프트를 되사올 때까지 자금을 마련할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 과정에서 금액이 커진 만큼 매각자 측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티맥스데이터의 성장성이 좋기 때문에 잘 키워서 배당을 많이 받거나, 향후 일부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