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경신하는 쿠팡·카카오뱅크에 쓱닷컴·토스 상장도 ‘안갯속'
입력 2022.02.04 07:00
    쭉쭉 떨어지는 대표 기업 주가에
    쓱닷컴··토스 등 상장 전망도 어두워져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선 해 넘겨 상장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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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카카오뱅크 주가가 끝모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들을 ‘벤치마크’ 삼아 상장을 계획하던 쓱닷컴, 토스 등의 상장도 점점 ‘안갯속’으로 가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던 밸류에이션이 무너지면서 당초 원했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시장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상장 일정이 해를 넘기거나 상당 부분 지체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쿠팡 주가가 최저가를 경신하는 등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25달러선도 무너졌으며, 최근에는 20달러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쿠팡의 주가가 이처럼 끝모르게 하락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상장초기 70달러선까지 주가가 상승하면서 쿠팡의 성장성에 배팅하던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기조로 바뀌고 있다. 지난 3분기에만 쿠팡은 3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로켓와우’의 회원비를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인상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영업손실 폭이 크다 보니 이를 메우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쿠팡 상장 당시 100조원이라 평가했던 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비단 쿠팡의 영업손실뿐 아니라 100조원 기업가치를 정당해주던 ‘디플레이션’이란 가정도 깨졌다. 

      쿠팡 상장 당시 쿠팡과 같은 혁신기업들이 지속성장하는데다 디플레이션이 지속할 것이고, 이에 따른 낮은 금리는 이런 쿠팡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켜줬다. 금리가 높아지면 쿠팡이 가정한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높아진 할인율(금리)에 따라 낮아지고, 당연히 기업가치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연준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이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쿠팡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켜주던 가정들이 엇나가고 기대에 못미치는 수익성이 현재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쿠팡 상장에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쿠팡 상장을 따라 한때는 나스닥을 외치던 쓱닷컴, 마켓컬리 등이 국내 상장으로 눈을 돌린데 이어, 이제는 그들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쓱닷컴의 경우 작년 1~9월 누적 매출은 약 4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늘어났으나 약 69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쿠팡이 공모가인 35달러의 절반 수준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상황에서 쓱닷컴이 원하는 10조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팽배하다. 쿠팡의 PSR(주가 매출액비율)이 2배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쓱닷컴의 PSR 2배 이상을 적용해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쓱닷컴 측에서 신선식품, 팻비지니스 등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이 꺾이는 상황에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달성하긴 힘들 것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쿠팡 주가가 20달러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상장에 나서기엔 부담이 클 것이다”라며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이 이어진다면 상장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스가 처한 상황도 쓱닷컴과 별반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끝모르게 추락하면서 토스 상장도 일정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토스는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프리IPO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곧바로 IPO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토스 측에서 원하는 상장 기업가치는 20조원 정도가 거론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토스의 20조원 기업가치를 인정해주긴 쉽지 않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카카오뱅크 상장 당일 33조원하던 시가총액이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한때는 4대 금융지주를 넘어섰지만, 카카오뱅크의 최근 시가총액은 KB에 이어 신한에도 뒤쳐진 19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마당에 토스가 20조원의 기업가치를 주장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실적만 보더라도 카카오뱅크는 작년 3분기 11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작년 출범한 토스뱅크는 2025년은 되어야 순이익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아가 토스뱅크는 워낙 많은 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상장시키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토스와 토스뱅크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도 상장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