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인건비 줄이기에 '올인'... AI행원 배치하고 우체국과 창구 제휴 모색
입력 2022.02.07 07:00
    최근 5년간 1536개 은행 점포 폐쇄
    지난 한 달 희망퇴직 행원은 1800여명
    4대 지주 CIR 44%...전년比 2.8%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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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새해들어 인건비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의 양적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부터 문제시돼온 '비용구조' 조정에 나선 것이다. 명예퇴직에 의존했던 이전과는 달리 정보기술(IT)과의 결합이나 외부 조직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추가됐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 행원 도입이다. 점포를 줄이는대신 우체국 지점을 이용한 업무 위탁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한 영업이익경비율(CIR) 재고가 은행 경영효율성의 핵심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은행장들의 신년사에 나타난 공통된 키워드는 ‘디지털화’다. 데이터·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금융과 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1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하는 것은 디지털 전환이며, 이의 성공 여부에 조직이 명운이 달려있다”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은행에서 디지털화는 곧 인력 감축을 뜻한다는 게 금융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간 은행들은 이전에 확장해 둔 비대한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애를 먹어왔다. 사실상 거의 유일한 감축 방법이 희망퇴직이었다.

      연간 수천명의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 슬림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로 인한 정치적 이슈ㆍ지점 통폐합 혹은 은행원 감축으로 인한 고객 불만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대형 시중은행 4곳의 1월 희망퇴직자 수는 1800여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이들 은행 전체 임직원수(5만8000여명)의 3%에 불과했다.

      은행들이 이에 대한 타개책 중 하나로 내놓은 것이 인공지능(AI) 은행원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AI 은행원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농협은 ‘가상인간’ 형태의 AI 은행원을 선보였다. 실제 젊은 직원들의 얼굴로 합성해 만들었다. 이들에게 사원번호와 임용장을 주고 일반 행원처럼 직무를 부여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AI 은행원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 영업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묻고 상담 창구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해 가전박람회인 CES에 AI 뱅커를 선보여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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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체국 지점을 줄어드는 은행 점포의 대안으로 삼자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지점 통폐합 이후 고객 불만이 커지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사회 필수 인프라로 존재하며 금융서비스를 이미 취급하고 있는 우체국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점포 축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까지 약 5년간 문을 닫은 은행 점포는 총 1536곳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6년 273개 ▲2017년 420개 ▲2018년 115개 ▲2019년 135개 ▲2020년 332개 ▲2021년 261개다. 올해 상반기에도 150여 개에 달하는 점포가 폐쇄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점포 축소에 따른 고객분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TF에서는 은행 간 공동점포라든지, 우체국 창구를 제휴하는 방법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체국 지점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합의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우체국은 전국 단위에서 시범 운영하고 싶은 데 비해 은행권에서는 점포가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과 업무 제휴에 따른 수수료 산정에서도 서비스·고객 등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도 은행과 우체국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은행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건비 감축을 통한 영업이익경비율(CIR) 방어다. 자본시장에서는 은행의 CIR이 낮아질수록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경영효율성이 늘어난 것으로 본다.

      CIR는 총영업이익 중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이 이자와 수수료 등 벌어들인 돈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2021년 3분기 기준 CIR 평균은 46.05%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와 비교해 2.8% 줄어들었다. 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의 CIR은 1.0%포인트 내린 41.5%였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7%포인트, 7.3%포인트 하락한 46.6%, 45.2%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3분기 CIR은 0.8%포인트 늘어난 44.2%였으나, 40%대 중반을 유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서 인력축소는 노조와의 관계 외에도 사회적인 이슈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갈수록 지점에 방문하는 고객자수가 줄어들고, 오프라인의 활용성이 낮아지다 보니 추세적으로 CIR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