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투자유치, 보통주 발행 방식 무게…'상장 시점'도 성적표 가를 변수
입력 2022.02.08 07:00
    SK그룹 최저 수익보장 없는 순수 보통주 발행 선호할 듯
    기업은 배당 등 부담 줄지만 투자자는 회수 위험성 커져
    SK IET 투자유치와 유사…당시엔 상장 목전이라 감수 가능
    SK는 "당장 상장 안해"…"PEF 공격 투자할지 의문"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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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에서 보통주 발행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보통주를 발행하면 회사는 상환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에 집중하게 되는 반면, 투자자는 회수까지의 위험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 

      배터리 산업이 계속 각광받고 가까운 시기에 상장(IPO)이 예정돼 있다면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나서겠지만, 당분간 상장 계획이 없다면 위험을 감수하길 꺼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SK온 프리 IPO 절차가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투자 업계에선 SK온 기업가치를 30조~40조원, 투자 유치 규모를 3조~4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유망 산업이고 글로벌 수위권 기업 중 마지막 투자유치 거래라는 점에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출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가 투자자에 보통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SK온 상장전 투자유치는 SK그룹 관련 거래 중에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투자유치 구조와 가장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PE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는 2010년 SK IET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0억원 규모 보통주(지분율 10%)를 인수했다. SK IET는 성장성이 큰 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하니 물밑 투자 경쟁이 치열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여느 소수지분 투자와 달리 최소 수익 보장 조건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입장에선 보통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특히 수익 보장 없이 투자금을 유치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SK온처럼 현금창출력보다 당장 지출해야 할 자금이 많은 경우엔 배당 부담이 큰 우선주보다 보통주를 발행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반면 투자자는 회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작년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 유치 때는 투자자에 자금 상환 시 내부수익률(IRR) 7.5%를 보장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밖의 자산'을 받아갈 길을 열어놨다. 반면 SK IET의 사례처럼 투자받은 기업이 IPO를 약속해주더라도 최저 기준점이 없다면, 이후 주식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값에 회수하느냐는 투자자의 운과 판단에 달릴 수밖에 없다.

      프리미어파트너스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SK IET 투자가 상장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회사로부터 회수 안전장치를 거의 얻어내지 못했더라도 분리막 사업이 각광받고 있었기 때문에 상장에서는 투자 때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컸다. 프리 IPO와 상장까지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큰 악재가 터질 확률은 낮았다. SK IET는 프리 IPO 후 반년이 지난 2021년 5월 증시에 입성했다.

      SK온 투자자도 보통주식을 받아올 경우 SK IET 때와 똑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최저 수익 보장 조건이 없다면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향후 얼마나 양호한 수익률로 회수할 수 있을지를 따져야 한다. 지금이야 배터리가 손꼽히는 유망 산업이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만, 향후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업체간 합종연횡이 마무리되면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자금 두둑한 글로벌 PEF라도 선뜻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SK IET 투자유치와 마찬가지로 SK온의 상장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진다면 투자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SK온을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사와 전기차 업체들의 치열한 증설 경쟁이 단기간에 꺼지지 않을 것이고, 상장 기업가치도 지금보다 후하게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SK그룹은 SK IET 때처럼 별다른 보장 조건 없는 보통주를 발행하는 구조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SK IET는 상장이 상당히 임박한 시기여서 투자자가 위험을 감수할 수 있었지만 SK온이 당장 상장 생각이 없다면 글로벌 PEF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SK온 상장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제대로 된 몸값을 인정받을 때 증시에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내 왔다.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말 연간 실적발표회에서 “현재로선 IPO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쟁쟁한 글로벌 PEF는 외에 국내 대형 PEF들도 호시탐탐 투자 기회를 노리는 상황이라, 크게 양보하지 않고도 프리 IPO가 성사될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이 보통주 구조만 고집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시기를 떠나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증시나 시장 분위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는 금리상승 등 여파로 유동성의 힘이 줄어 들었고,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변동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외국계 IB 관계자는 “SK그룹은 보장 없는 보통주 발행을 희망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예상보다 초기에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이 달라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