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줄어든 삼성 2기 준법감시위…언제까지 존속 가능할까
입력 2022.02.11 07:00
    1기 위원 대거 사임 후, 2기 위원회 출범
    더 이상 이재용 부회장 양형에 영향 못 미쳐
    삼성그룹 실질적 변화 이끌긴 권한도 역할도 미미
    “지배구조개편, 거버넌스 개선도 결국 삼성그룹의 의지”
    “위원회 스스소 가치 증명할 시점 다가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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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그룹 내 위법을 감시하고 오너와 일부 조직에 쏠린 권력 집중을 방지하고자 설립된 준법감시위원회의 2기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기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4세대 경영 승계를 포기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사실 준법감시위원회의 설립 근간은 이재용 부회장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요구였다. 그러나 준법감시위원회의 존재만으론 더 이상 이재용 부회장 재판과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힘들게 됐다. 

      과거의 활동은 재판부가 요구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지배구조개편을 비롯해 그룹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보긴 어렵다. 출범 초기부터 위원들의 이탈이 있었고 1기에서 2기로 이양하는 과정에서도 위원장과 일부 위원은 여러 이유로 연임을 포기했다. 외부 인사로 감시와 견제를 목적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 내 핵심 실무 조직과 원활한 관계가 유지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준법감시위원회의 줄어든 존재감과 영향력, 그리고 제한적인 ‘감시’ 권한만으로 삼성그룹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삼성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 

      이제 위원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존속가능할지조차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2기는 지난 5일 공식 출범했다. 초대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과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심인숙 중앙대 법대전문대학원 교수 등은 연임하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2기 위원장은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맡았다.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새롭게 합류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와 성인희 삼성글로벌리서치 조직문화혁신담당 사장, 원숙연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등은 연임하며 총 7인 체제로 2기 준감위가 출범했다.

      준법감시위원회의 출범 자체는 삼성그룹의 자체적인 노력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권고로 준법감시위원회가 가까스로 설립했으나 2021년 1월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선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결국엔 어떤한 결과물도 만들어 내지 못한 불편한 외부 감시 조직을 만들어 낸 셈이란 평가도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준법감시위원회 자체가 양형 거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여기에 참여하겠단 인사들에 대해 업계의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위험을 예방하거나 감시하지 못했음 ▲컨트롤타워의 위법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함 ▲협약을 체결한 7개 회사 외에 다른 계열사에서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감시하지 못하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한 조사 착수 하지 않았음 ▲정치권력에 대한 뇌물은 허위용역 계약 등으로 이뤄질 개연성이 높으나 이에 대한 방지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기 환송심이 1년이 지난 현재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통해 삼성그룹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보긴 어렵다. 

      미전실을 대체하는 사업지원,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 등은 여전히 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있다. TF는 대외적 그리고 공식적으로 전자 계열사의 현안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지난해 사업지원TF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TF 요직을 거친 인사들이 주요 계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만 비쳐봐도 그룹의 핵심 조직임을 증명하고 있다.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를 제외한 추가적인 계열회사의 협약 계획도 아직은 없다. 과거 케이스포츠재단 지원에 에스원과 제일기획 등이 동원된 사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례 등 7개 회사 외 계열사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지만 여전히 준법감시위원회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실 준법감시위원회가 현재 7개 협약을 맺은 계열사들의 이사회 안건을 검토하고 논의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 내부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하고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지난해엔 일부 계열사와의 엇박자도 감지됐다.

      지난해 준법감시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웰스토리와의 내부거래를 검토하면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지원행위 위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하여 경쟁입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했다고 밝히며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공정거위원회의 웰스토리 제재 방침이 나온 직후,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불복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찬희 2기 위원장이 밝힌 것과 같이 제 2기 준법감시위원회의 최대 현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국내 한 대학에 지배구조개편 관련 용역을 맡긴 상태다. 사실상 오너와 경영진, 각 계열사들과 이해관계가 다른 준법감시위원회가 어떤 성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란 평가도 나온다.

      준법감시위원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체계 확립, 지배구조개편 등은 삼성그룹 내부에서 확실하게 추진할 때 가능한 일이지 준법감시위원회가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의 거버넌스 문제와 별개로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