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이사만 20명, 경영권 확보도 어려워…지분 매각 열쇠는 결국 구지은 부회장
입력 2022.02.14 07:00
    구본성 전 부회장 결국 지분 전량 매각 선언
    경영권 분쟁 일단락 수순이지만
    우호적 관계 없으면 2대 주주 지분에 불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선언으로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체급식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38%)의 매각이기 때문에 M&A 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비칠 법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구본성 전 부회장 외 현재 오너일가 세 자매의 지분율 합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자가2대주주로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그룹 웰스토리 사태를 고려하면 범 LG그룹으로 분류되는 아워홈 또한 공정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투자자가 추후 기업공개(IPO)와 같은 방안을 고민하더라도 결국엔 세 자매와의 이해관계가 합치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지분 매각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워홈은 LG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구자학 전 회장이 설립한 식자재·급식 회사다. 현재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그리고 구지은 현 부회장(20.67%), 오너일가인 구명진(19.60%), 구미현(19.28)씨가 전체 지분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16년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지난해 6월 보복 운전 논란 이후 의기투합한 세 자매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 측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총 21명의 이사를 선임하며 이사회를 장악했다.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결국 구 전 부회장의 지분 포기 선언까지 이끌어 냈다.

      사실 이번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선언에 앞서 수년 전부터 아워홈 경영권 매각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돼 왔다. 지난해엔 구지은 부회장 측이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와 접촉해 외부투자유치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구지은 부회장 측은 국내 주요 투자자들과 외부투자유치를 비롯한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논의를 해왔으나 결국 성사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아워홈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1조6250억원과 약 106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은 1조2740억원,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실적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사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해당 회사들 모두 계열회사 및 친족기업과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온 특징을 갖는다. 아워홈은 범 LG그룹으로 분류, LG그룹 계열사들과 1800억원 이상의 수의계약을 맺고 있다.

      과점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할 개연성이 높다. 아워홈 경영권 매각과 관련한 논의는 사실 수년 동안 진행돼 왔기 때문에 국내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해당 회사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PEF가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이아웃을 주 목적으로 하는 펀드 외에 스페셜시추에이션 그리고 꾸준한 배당을 노린 PEF들이 얼마든지 고민해볼 만한 투자처란 평가도 있다.

      이제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것과 별개로 공정위의 규제가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 오너일가 세 자매의 공고한 지배력이다. 38%의 지분만으론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선임이 불가능하다. 38%의 지분은 정관 변경, 이사의 해임과 같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안 등을 저지할 수 있는 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대주주 지분이긴 하지만 사실상 2대주주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나머지 60%에 달하는 지분은 구지은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매가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엔 총 23명의 이사진이 자리잡고 있고, 이중 대부분은 지난해 새롭게 선임된 구지은 부회장 측 인사로 분류된다. 즉 새로운 투자자가 이사회 진입을 위해선 현재 오너일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로선 구지은 부회장 측에선 오너일가가 지분 매각에 동참할 움직임은 감지 되지 않는다.

      결국 지분 매각 과정에서 현재의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그리고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전략적투자자(SI) 또는 FI가 참여해야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오너 일가에서 일부 인수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아워홈이 조단위 이상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 천억원 이상을 출자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외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현재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할지 또는 ‘풋-콜옵션’, ‘태그-드래그얼롱’과 같은 상호 안전 장치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구지은 부회장 측이 일부 국내 PEF들과 협의를 진행했을 당시엔 현 경영진의 지분 일부 매각, 추후 기업공개(IPO)와 같은 논의가 이뤄졌으나 최종적으론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은 현재의 경영진과의 면밀한 논의 없이는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현재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투자자가 아닌 이상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