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IPO 수난기'…'포퓰리즘'에 상장 늦어지는 쏘카·카카오모빌리티
입력 2022.02.15 07:00
    尹, 카카오모빌리티 저격·거래소, 피어그룹 관리해 개미 보호
    잇단 포퓰리즘에 기관 사이선 '회의론'…'모빌리티 상장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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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모빌리티 기업' 쏘카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불거진 부정적 이슈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플랫폼사업자 독점' 논란으로 현 정부의 눈밖에 났다는 평가가 짙은데다, '택시업계와의 이해상충' 문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인 쏘카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가치(Valuation) 산정용 비교그룹(피어그룹) 선정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다. 플랫폼 기업의 멀티플을 받아야 유리한 만큼 쏘카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주관사 선정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쏘카 주관사를 꿰찬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피로는 누적되고 있다. 입찰제안요청서(RFP) 배포 후 제출기한을 한 차례 번복한 이후 일정 철회를 감행한 카카오모빌리티가 또다시 결과 발표를 늦추면서다.

      상장일정 지연에 일부 기관에선 최근 정황들을 살펴,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기관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카카오 계열사 IPO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진행하던 기업분석 업무를 접은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중순부터 매출 증대를 위해 '꽃배달 서비스' 등 사물을 이동시키는 퀵서비스나 택시기사 대상으로 월정액 멤버십 '프로멤버십'을 출시할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논란이 불거졌고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파트너 상생안'을 제출, 상생안을 내놓으며 배달 중개 사업과 유료호출 서비스 폐지하겠다고 11월 밝혔다.

      올해 들어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김 의장과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과정에서 8000억원대의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현재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현 정권에게 소위 '찍히지' 않고서야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기 쉽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안고 있는 '택시업계와의 이해관계 갈등'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는 지난 8일 윤석열 후보가 전국택시연합회 등 택시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 플랫폼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확실시된 분위기다. 윤 후보는 "저희 당은 택시에 대해 굉장히 프렌들리(Friendly)한 입장이다"라며 "카카오 플랫폼의 독과점화로 인한 수수료 문제도 부산 개인택시 조합 방문 때 많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조합과의 문제 등이 너무 많아서 상장이 어려울 것 같다"라며 "게다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인데 후보들이 대선을 앞두고 택시 영세사업자들을 무시하진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상장을 앞두고 있는 또다른 모빌리티기업 쏘카도 상장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쏘카는 주관사를 선정한 이후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청구한 상태다. 쏘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시기를 염두에 둔 채, 상장 시기를 조율해왔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 일정을 미루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란 평가다.

      게다가 최근 거래소가 피어그룹 선정에 관여하기 시작한 점이 부담이다. 거래소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관리하던 피어그룹에 대해 언질을 주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타다 베이직'이 불법사업으로 점철되며 사실상 '렌터카 기업'이 된 쏘카는 매년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산정 방법론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등을 활용하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 그간 쏘카는 피어그룹에 우버(Uber) 등 해외 기업을 포함시켜 멀티플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국내 기업인 롯데렌탈이나 케이카를 피어그룹에 불가피하게 포함시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들은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한 상태다. 케이카는 상장 직후 공모가(2만5000원)를 하회하는 수준의 주가를 형성했다. 한때 4만원대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엔 다시 2만7000원대로 주저앉았다. 롯데렌탈은 공모가(5만9000원)보다 주가가 하락, 현재는 3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금감원이 관리하던 '피어그룹' 부문을 최근 거래소가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쏘카 입장에선 국내 기업들 위주로 피어그룹을 구성할 부담이 충분히 생길 수 있어 관계자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라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쏘카도 상장을 빠르게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여유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