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경쟁, '실적'에서 '시가총액'으로...주주 마음잡기 고심
입력 2022.02.15 07:00
    금융지주들 배당 높이며 주주 마음잡기 나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도
    관건은 금융당국의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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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딩금융지주 경쟁이 시가총액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가 매출액, 순이익에서 시가총액 등 기업가치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주들의 관심도 회사가 얼마를 나에게 돌려줄 것인가로 바뀌다 보니 금융지주 수장들의 고민도 주주 마음잡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일주일새 일제히 실적을 발표했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은 지난해 4조4096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4조193억원)를 크게 따돌렸다. 지난 2020년 연간 실적에서 KB금융이 약 400억원의 순익 차이로 신한금융을 제친 것과 달리 지난해 4000억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비은행 부분에서 리딩금융의 순위가 갈렸다. 은행 부분 순이익은 KB금융이 2조5908억원으로 신한지주(2조4944억원), 하나금융(2조5704), 우리금융(2조3755억원) 과 큰 차이가 없다. 

      비은행 부분에서는 KB금융이 작년에만 순이익 1조8188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신한금융(1조5249억원), 하나금융(1조2600억원), 우리금융(2124억원)과의 격차를 더욱 벌린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KB금융과 신한은행의 비은행 부분 순이익은 각각 1조5721억원, 1조4293억원으로 그 차이가 142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939억원까지 벌어졌다.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42.6%를 기록해 전년(33.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커졌다. 비은행 비중이 높은 신한지주의 42.1%도 앞질렀다.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주가에도 상당부분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전일 대비 1.31포인트(0.16%) 오른 801.3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중이다. 이날 KB금융이 2.66% 올랐고 하나금융이 1.25%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1.89%)와 신한금융(-0.25%)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최근까지 이어지는 4대 금융지주의 오름세가 은행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4개사를 각각 1430억원, 234억원씩 쓸어담았다. 금융주의 상승세는 금리 인상기에 안정적인 투자처로서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관건은 실적만이 아니다. 지난해 배당 규제 사태 이후 주주들은 주가에 간접적으로 반영되는 실적보다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주주 친화정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금융지주들 역시 올해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주주 가치를 늘리기 위해 작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26%로 높이고, 1500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연간 주당배당금도 전년보다 66% 많은 2940원을 결의했다. 신한지주는 기말 배당금을 1960원으로 결정하고, 배당성향을 25.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주당 배당금을 역대 최대 수준인 주당 900원(중간 배당 150원 포함)으로 의결했다. 배당 성향은 25.3%다. 하나금융 주당 2400원의 기말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이미 지급된 중간배당 700원을 포함하면 보통주 1주당 총 현금배당은 3100원이다. 연간 배당성향은 26%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자사주 소각 금액을 현 주가 기준으로 보면 2100억원에 이른다”며 “작년의 총주주환원은 31%에 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DB금융투자는 KB금융 목표주가를 7만2000원에서 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도 금융지주들은 꾸준히 주주들에 유인책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의 특성상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소액주주를 외면하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또한 리딩금융지주 경쟁이 시총싸움으로 번지면서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에선 금융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놓지만, 금융지주의 관심은 점점 주주 달래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