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 인수 추진 손잡은 신세계-이지스…과거 '스타필드 투자펀드' 구조 보니
입력 2022.02.18 07:00
    신세계-이지스, IFC 진성 인수 의지…최고가는 마스턴운용이 제시
    쇼핑·문화·호텔·테마파크 결합한 스타필드로 복합개발 계획 가능성
    과거 스타필드 고양점·강남 센터필드 공동개발 전력…펀드구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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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전에 진성 인수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과거 수차례 공동개발에 나서온 전력이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이 다시 한번 파트너가 됐다. IFC는 오피스 부동산 거래시장 내 흔치 않은 메가 매물로, 예상 매각가는 4조원 이상으로 점쳐진다. 수조원 자금조달 전략이 관건이 될 가운데 이들 컨소시엄이 내세울 투자 구조가 주목받는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여의도 IFC 인수전 2차 본입찰에 1차 숏리스트에 오른 6곳 모두 제안서를 제출했다. IFC를 보유한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매각주관사 이스트딜시큐어드는 이지스자산운용-신세계그룹, 미래에셋맵스, 코람코자산신탁, ARA코리아, 마스턴투자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 6곳 중에 최종 인수자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입찰이 흥행하면서 매각가는 4조원을 넘길 것으로 관측됐다. 숏리스트 중 마스턴투자운용이 가장 높은 4조원 중반대 수준을 제시했다. 서울 랜드마크 빌딩 인수를 잇따라 성사,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싱가포르계 ARA코리아운용도 4조원대 가격을 제시했다.

      이지스운용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든 신세계그룹의 거래 완주 의지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는 그룹 내 부동산 종합 개발사인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대상에 포함된 콘래드호텔의 브랜드 변경이 가능하단 조항이 붙은 만큼 자사 호텔 브랜드로 활용 가능하단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은 신세계그룹이 IFC를 인수해 쇼핑·호텔·문화·테마파크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로 재탄생시킬 가능성에 주목한다. IFC 인수전의 경우 콘래드호텔이 이미 들어서 있어 호텔 계획 추가로 인한 공사 인·허가 지연이 없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입찰 참여로 IFC 인수전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 간 경쟁 구도로도 거론된다. 경쟁 유통사 현대백화점은 작년부터 인근에 위치한 파크원 부지에서 더현대서울을 운영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서울 백화점 중 최대 규모로 최단기 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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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수전의 관건은 자금조달 및 운영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IFC 매각전은 오피스 부동산 거래시장 내 흔치 않은 메가 딜로, 각 인수후보들이 '수조원 자금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펀드 고위 관계자는 "IFC 인수전은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60%를 가정, 에쿼티(Equity)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엔 이를 충당할 수 있는 블라인드 자금이 거의 없다"며 "사실상 외국계 투자사 주도로 자금 뒷받침이 돼주지 않는 한 인수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거래"라고 평가했다.

      신세계 컨소시엄의 경우 과거 스타필드 고양점과 서울 역삼역에 위치한 센터필드 개발에 공동으로 나선 전례가 있어 이번 인수전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지스운용을 인수 주체로 앞세워 펀드에 지분을 투자하는 식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작년 센터필드를 소유한 이지스운용의 펀드 지분 25%를 3600억원에 인수하는 식으로 개발에 참여했다.  

      대부분의 자금은 이지스운용이 조달, 신세계가 책임 임차인으로서 실질적인 운영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지스운용의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거론되는 임차료 수익 보장이 신세계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점이다. 

      현재 스타필드 고양점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의 책임 임차인이 돼 이지스운용과 세운 합작 펀드에 임차료를 납부하는 구조다. 펀드는 신세계프라퍼티로부터 최소 임차보증금을 받고, 신세계프라퍼티는 쇼핑몰에 입점한 다수 임차인들과 전대계약을 맺어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복합개발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지스 입장에선 자금조달 부담 대신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 개런티를 요구할 개연이 있다. 현재 스타필드 구조에서도 전체 임대료의 40% 수준을 책임 임차인인 신세계그룹이 부담하고 있는데, 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임대수익 보장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지스운용과 비등한 수준으로 출자에 나설 경우 공실률 부담은 비교적 덜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신세계프라퍼티를 포함, 모회사 이마트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마트가 가양점 및 성수동 본사 부지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유동화 자금을 가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룹 내 출자가 예고된 딜이 산적해 있는 만큼 투자 여력을 집중시킬 여력이 크지 않다. 

      이번 딜은 매각가만 조단위가 거론돼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거래규모가 큰 만큼 신세계 등 기업이 전략적 출자자(LP)를 자처하긴 쉽지 않은 거래라고 평가한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자금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이전보다 크게 늘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