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확장에 차입금 1조 늘어난 SK에코플랜트, 건설사? 폐기물사? 정체성 혼란
입력 2022.02.25 07:00
    박경일 사장 “볼트온 전략 앞으로도 유효”
    ‘탈(脫)건설’이 기업가치 끌어올려
    “폐기물업 매출 영향력 없다” 비판도
    • 상장 전 투자유치 작업에 들어간 SK에코플랜트의 '정체성'을 두고 안팎에서 여전히 시끄럽다. 시장에선 회사를 건설사로 봐야할지, 폐기물업체로 봐야할지 헷갈려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잇따른 인수와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의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확장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E-waste 전문기업인 테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금액은 1조2429억원으로, 이는 자기자본(1조180억원)의 122.10%에 해당한다.

      이처럼 신사업 확장이 이어지면서 재무부담은 늘어났다. 2021년 9월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총차입금 규모는 2조4662억원으로 2020년말 1조4465억원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순차입금 규모도 6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3분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339.9%를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한 단계 높은 HDC현대산업개발(120.5%), 한 단계 낮은 한화건설(281.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확대된 재무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는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의 지분 매각과 더불어 2023년으로 예정된 IPO 외에도 추가적인 자본조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볼트온 전략은 꾸준히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환경 사업지 지위를 선점해야 한다”며 “환경사업에서 국내 1위 지위를 단단히 하기 위해 볼트온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친환경을 강조했다. ‘탈(脫)건설’이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에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환경기업 인수에 2조원가량을 투자한 SK에코플랜트는 올해부터 IPO 이전까지 추가로 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최근 추진 중인 프리 IPO를 통한 5000억원 조달도 포함돼 있다.

      금융업계 건설사 담당 관계자는 “건설업의 고유 산업 위험이 높다 보니까 신사업을 추가하면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목표 기업가치를 15조원 수준으로 잡았다. 이는 현대건설(4조6714억원)과 GS건설(3조4789억원), 대우건설(2조3649억원), DL이앤씨(2조3618억원)를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크다.

      회사의 정체성을 건설사가 아닌 환경폐기물 업체로 설정하면서, 시공능력평가 기준 10위에 불과한 SK에코플랜트는 상위 2~5위 건설사의 몸값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측정 방식이 유의미한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도 처음에 기업가치가 10조원으로 거론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절반도 안 됐다"며 "해당 기업의 매출 구조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실제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명확하게 시장에 설득되면 벨류에이션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데 문제는 폐기물 처리 시장의 경우 시작 단계라서 정상궤도로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평가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회사가 계열부문 플랜트를 매각했고, 환경·폐기물 부문을 확대하면서 더이상 건설사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MC홀딩스 인수를 기점으로 건설사보단 폐기물 처리업체로 보는 게 맞다는 시각이 생겼다는 것이다.

      회사의 사세 확장 과정에서 정체성이 모호해지면서, 플랜트 사업 분할 과정에서처럼 구성원의 반발도 여전하다. 기존 사업의 정리 과정, SK에코엔지니어링의 물적분할 등을 지켜보면서 누구를 위한 IPO인지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부 직원들은 여전히 SK TNS 사례를 들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2015년 SK그룹의 통신설비 시공을 맡던 사업부를 떼어내 SK TNS를 설립했다. SK TNS 역시 RCPS를 발행해 투자를 유치했는데 2020년까지 이를 모두 상환했지만, 지난해 5월 SK에코플랜트가 SK TNS 지분 100%를 사모펀드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에 팔았다. 지난해 10월 SK에코플랜트가 플랜트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한 뒤 새롭게 출범할 SK에코엔지니어링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정부정책도 발목을 잡으면서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낮아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와 중대재해처벌법 본격 시행, 부동산 경기 침체 시그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SK에코플랜트는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흥행에도 실패했다. 공모채 1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2년물 320억원, 3년물 76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1180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