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테마주 vs 업황 부활…러시아發 지정학 위협에 치솟는 조선3사
입력 2022.02.25 07:00
    러시아 우크라 침공…조선 3사 LNG선엔 호재 '역설'
    韓 독점 LNG운반선이 시장 충격시 대안으로 떠올라
    노르트스트림2 중단 불투명…일시적 '전쟁 테마주' 평도
    LNG선 구조적 성장 진입…조선업 부활 신호탄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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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 국내 조선 3사에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3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전쟁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다. 전쟁으로 인한 긴장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전쟁 테마주'란 반응도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 3사 선박 수주엔 호재가 될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24일 코스피 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4~5%대 하락을 보인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시장수익률 안팎을 오갔다. 전 거래일 3사 주가가 각각 7.35%, 6.65%, 21.90% 상승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증시 충격을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는 모습이다. 3사 외 LNG 보냉재를 생산하는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 주가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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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전쟁이 개시했다. 이번 침공은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각국의 에너지 패권, 특히 가스 시장과 얽혀 있다. 앞단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대치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유럽의 가스 공급선을 틀어쥐고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는 탓이다. 

      이 같은 지정학적 우려가 역설적이게도 국내 조선사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독일 정부는 최근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소유한 노르트스트림 2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노르트스트림 2는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1230km 파이프라인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두고 유럽 에너지 가격이 지금보다 3배로 뛰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현시점에서 노르트스트림 2의 실제 가동 중단 여부를 점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선 유럽향 LNG 수출 확대를 통해 수급 불안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가스관을 대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반책은 국내 3사가 독점하고 있는 LNG 운반선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때와 마찬가지로 악재 속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노르트스트림이 불안해진다고 하면 쳐다볼 곳은 LNG 선박을 만드는 조선사일 수밖에 없다"라며 "LNG 보냉재 기업 주가까지 같은 논리로 오르고 있는데, 기대감에 비해선 결론이 어떻게 날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일 증시 내 조선 3사를 비롯한 LNG 선박 관련 기업 주가가 테마주와 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긴장이 완화하며 지난해 공사를 마친 노르트스트림 2가 가동에 들어갈 경우 LNG 선박 시장에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도 깨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 곳곳에서도 조선업 부활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인지 한철 전쟁 테마주로 마감할 것인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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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기적으로 조선 3사의 LNG 운반선을 포함한 친환경 선박 수요는 증가세를 보이게 될 것이란 전망은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최근 행보로 유럽과 미국도 수급 다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역시 최근 수년간 수출용 LNG 터미널 사업을 진행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노르트스트림 2의 상업가동 여부를 떠나 중동의 카타르와 미국의 가세로 LNG 운반선의 수요가 구조적 성장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가 발표한 강화된 친환경 규제는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LNG 추진선 신규 발주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선 3사가 지난해 물동량 증가로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터라 LNG 선박의 신규 발주가 몰릴 경우 선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조선 3사의 매출액과 수익성에 긍정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LNG 선박 시장을 국내 3사가 3분의 1씩 나눠가지고 있는데, 에너지 수급에서건 전체 선박 시장에서건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라며 "내년부터 조선업 전체 사이클이 호황기에 접어들어갈 것으로 보는데, LNG 선박에 힘이 실리면서 예상보다 수익 구조가 나아질 거란 기대감이 크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양적긴축 및 금리 인상을 코앞에 두고 증시 전반이 힘겨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조선 3사도 각각 부정적 요소를 안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재고 드릴십 4척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고, 현대중공업은 모자회사 중복상장의 부정적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3년을 끌어온 매각 작업이 얼마 전 무산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주가가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 기대하기엔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20년 만의 선박 교체주기와 맞물려서 친환경 규제와 에너지 패권 문제까지 호재가 겹치고 있는데 개별 기업 주가로 보면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라며 "이 때문에 조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면 안 되냐는 우스개도 나온다. 조선업 주가가 오를 땐 세게 오르는 편이라 기대감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