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40% 폭락에 '스위프트 제재' 우려까지...1500억 러시아 펀드 어쩌나
입력 2022.02.25 09:58
    국내 러시아펀드 설정잔액 1500억...지난해 일부 유입
    최근 3개월 -20%인데 폭락 반영되면 하룻밤새 반 토막
    러시아 ETF 괴리율 30%...'언제든 폭락 가능한 폭탄'됐다
    스위프트 제재 이뤄지면 환매 불가능해질수도 있어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내 금융시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판매잔고가 1500억원 수준인 러시아 관련 펀드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국내에 상장된 러시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30%에 가까운 괴리율을 보이며 투자 위험에 노출됐다.

      향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국제 금융거래 조직인 '스위프트'(SWIFT)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규제를 추가한다면, 러시아에 투자된 자산을 현금화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RTSI지수는 24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39.44% 폭락하며 742.91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50% 이상 급락한 610선까지 밀렸다가, 다시 900선까지 25% 반등하는등 암호화폐 못지 않은 변동성을 보였다. 가즈프롬 등 주요 러시아 기업들 주가도 하룻밤새 25~30% 가까이 떨어졌다.

      충격의 여파가 가장 먼저 닿은 곳은 러시아 펀드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판매한 러시아 펀드 설정잔액은 약 1500억원 수준이다. 2008년 '브릭스 열풍' 때 8200억원에 달했던 러시아펀드 설정액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2021년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일부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21년 10월엔 이머징마켓 펀드 중 러시아 펀드가 수익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러시아펀드인 한화러시아펀드의 24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20%,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펀드는 -25%다. 이는 24일의 러시아 증시 폭락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기준가 조정이 이뤄지면 단 하루만에 -50% 안팎까지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유일한 러시아 관련 ETF인 킨덱스러시아MSCI는 25일 오전 순자산가치(NAV) 괴리율이 30% 이상 벌어졌다. 24일 2만292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킨덱스러시아는 전날 러시아 증시 폭락에 따라 NAV가 1만5327원으로 조정됐지만, 실제 거래는 2만250원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기 투기를 위한 매수세가 올리며 유동성투자자(LP)의 가격 조정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투기적 매수세가 빠지면 ETF 가격은 NAV를 따라가게 되는만큼, 언제든 30% 이상 급락할 수 있는 '폭탄 상품'이 돼버린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스위프트 제재'시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200여개 국가의 1만여개 금융기관이 이용하는 국가 간 자금거래 지원 비영리 기관이다. 현재 국제 금융거래시 가장 빠르고 안전한 표준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차단되면, 해당 국가 및 금융기관은 국제 금융결제망에 접근할 수 없어진다. 해당 국가와 거래하는 외국인 투자자도 자금을 입출금할 수 없다. 24일 미국과 EU가 결의한 대 러시아 관련 제재에서는 스위프트 차단이 빠져있다. 다만 지난 1월부터 미국 상원에서 지속적으로 스위프트 제재를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ㆍEU와 러시아 사이 마찰이 더 커진다면 스위프트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다. 실제로 EU는 지난 2012년 핵무기 프로그램을 이유로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했다.

      스위프트 제재가 이뤄지면 러시아펀드에 들어간 자금은 사실상 환매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러시아펀드는 대부분 룩셈부르크 등 해외를 통해 외국계 투자은행이 발행한 러시아 관련 수익증권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거래는 달러 자산으로 이뤄진다. 달러 결제망에서 러시아가 제외되면 당연히 수익증권의 현금화가 어렵다.

      러시아 역시 스위프트 배제를 경제적 제재 중 최고 수위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월 스위프트 제재론이 부상하자, 제재시 유럽으로의 석유와 가스, 금속 수출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이는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가 미국ㆍEU 제재에서 빠졌다는 안도감에 따른 랠리였고 제재가 추가될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러시아 관련 투자는 상당기간 권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