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콜몰아주기? 카카오모빌리티 또 논란...과연 IPO는 가능한걸까
입력 2022.02.28 07:00
    취재노트
    택시업계 상생 요구, 포용 시 '성장 제한'·불응 시 '제도권 눈총'
    '테크기업' 인식 생겨도 '택시업계와의 이해 조율'은 고질적 문제
    옅어지는 '연내 상장' 가능성…기관투자자들 관심도 사그라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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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하 타다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합니다…동 개정안은 상생 입법이고 개혁 입법입니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과 택시업계가 서로 양보한 상생 입법이고 기존 제도의 모호함을 제거해 모빌리티 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 될 법안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민의 이동편익 증진 법안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플랫폼 7곳의 공동 성명서 中, 2020년)

      2년 전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모빌리티 플랫폼사들이 바라던 대로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판은 깔렸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다. '심판대'의 단골손님이 된 까닭이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신사업을 시도하면 번번히 '공생관계' 관련 문제로 번져나갔고, 해당 논란을 무마하는데 노력을 할애해야 했다. 그 비용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하는 기존 투자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변신 시도'도 매번 무색해지기 일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테크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테크기업'으로 비춰지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택시업계와의 이해관계'가 고질적인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업공개(IPO)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하나둘씩 기대를 거두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서울시는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을 통해 '장거리 승객 골라태우기'를 유도하거나 가맹 택시에 '콜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약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됐다. 또한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보단 아침일수록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높았다. 이같은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팔을 걷어붙였다.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이르면 다음달까지 마무리하고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악화된 카카오그룹에 대한 여론이 더욱 등을 돌릴 가능성이 짙어졌다는 평가다. 과거 카카오모빌리티는 타다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해당 법안은 곧 국민의 이동편익 증진 법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장거리 승객만을 골라태울 수 있도록 했다는 논란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공분을 살 만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가 관계자들이 딜(Deal) 측면에서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콜 몰아주기' 부분이다. 일반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된다는 의혹이다. 사실이라면 일반택시들은 호출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해온 셈이기 때문에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재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T플랫폼은 장거리·단거리 콜을 가려서 기사님께 전달하거나 장거리 고객을 먼저 매칭하지 않는다"라며 "일반 택시가 승차 거부한 비선호 콜을 포함해 가맹 택시의 운행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처럼 해석하고 가맹 콜 몰아주기 관련 개연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라고 밝혔다.

      진위 여부를 차지하고서라도, 또다시 택시업계와의 충돌이 예상되자 증권가 관계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면 성장이 어렵다. 반대로 공생 의지를 잃는 순간 '제 2의 타다'가 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가 포기한 사업만 최소 3가지다. 2018년 수익화를 위해 추진하던 '카카오 카풀'도 택시업계 반발로 좌초됐고 '꽃배달서비스' 등 배달 중개 사업과 택시기사 대상으로 내놓은 월정액 유료 멤버십 등도 '상생'이라는 슬로건 아래 추진이 무산됐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이리도 많은 논란에 휩싸인 기업이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증시도 하락세인 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더 어려워졌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테크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면 상장 일정을 순탄히 소화할 수 있을까. 카카오모빌리티는 테크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모빌리티(Mobility) 영역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테크기업'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엔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 경로 안내, 경로 공유 등에 적용시킬 계획을 밝혔다. 그간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쌓은 데이터의 활용도는 상당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의 테크포럼 개최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혹평도 나왔다. 이같은 평가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의 상생 논란'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택시관계와의 이해관계 문제는 향후에도 완전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며 "타다금지법에 여러 스타트업들이 트라우마에 떨었는데, 호혜를 누리는 것 같던 카카오모빌리티마저도 제도권의 눈총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타다금지법이 생긴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실상 카카오를 위한 법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 시간 지나보니 카카오모빌리티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였던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