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자회사 상장 연기에도 픽코마는 '순탄'…카카오 확장전략, 글로벌로 선회?
입력 2022.02.28 07:00
    Weekly Invest
    일본에서 상장 준비…국내 논란에서 자유로워
    픽코마, 뚜렷한 해외 성과…글로벌 도약 위한 돌파구 기대감
    네이버의 성장 전략을 닮아간다는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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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 자회사의 상장이 연달아 연기되고 있는 와중에 올해 일본 상장 예정인 카카오픽코마는 순탄하게 상장을 준비 중이다. 내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던 카카오가 픽코마를 시작으로 글로벌로 사업 활동 무대를 옮기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픽코마는 올해 12월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이 유력하다. 이미 일본에서 투자자 대상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픽코마는 세계 최대의 만화 시장을 보유한 일본에서 세계 각국의 인기 웹툰을 제공하는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이다.

      최근 카카오는 IPO를 준비하던 자회사의 상장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지만, 픽코마는 상장 준비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해외에서 상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보니 카카오 경영진의 '먹튀 논란', 골목상권 침탈 등 국내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특히, 픽코마가 사업영역이나 경영진이 카카오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픽코마는 성장 스토리도 충분하다는 평이다. 올해 1월 월간 거래액은 77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6.1%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18년 픽코마가 기록한 한 해 거래액을 뛰어넘는 숫자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2년 연속 전 세계 만화 앱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모바일 소비자가 가장 많이 지출한 앱(게임 제외)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반기 내 프랑스에서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으며, 유럽 전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부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일본 내 콘텐츠 기업이 유치한 외부 투자 중 최대 규모로 8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앵커PE는 픽코마가 성장성이 있으며, 추후 일본 상장을 통해 수월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앵커PE는 지난 10월 카카오뱅크 투자 1년여 만에 중간회수에 나선 바 있다.

      '내수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카카오는 픽코마를 글로벌 도약의 돌파구로 기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할 때부터 영어·일본어로 서비스하며 해외 진출을 꾀했지만,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픽코마에 대한 김범수 의장의 관심도 각별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2017년부터 픽코마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 중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곳은 픽코마가 유일하다.

      궁극적으로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로 사업 활동 무대를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24일 미래 10년을 이끌 키워드로 '비욘드 코리아’와 '비욘드 모바일’을 제시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다음 스텝에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해외 진출을 각 사에서 알아서 했다면, 이제 중앙 집중적으로 해외진출(할 계획)"이라 밝혔다.

      카카오가 네이버의 확장 전략을 닮아간다는 평가도 있다. 카카오가 그간 자회사를 빠르게 분사하며 사업을 확장했다면 네이버는 국내에선 지분 교환 등의 방법으로 협업하고,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M&A에 나섰다. 한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그동안의 성장 방식에 소비자와 정치권의 반감이 커진 만큼, 카카오는 네이버처럼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