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위프트 제재 韓 금융산업 여파는...직접 손실보단 마진 축소 우려
입력 2022.02.28 11:49
    국내 은행권 익스포저는 6000억원...러시아펀드 환매 어려울 듯
    주요국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에 단기 금리 급락...금융주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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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을 국제 결제망(스위프트;SWIFT)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일단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여파는 직접적으론 크지 않지만, 글로벌 매크로 환경의 급변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순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장 지표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거란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ㆍ시장금리 상승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며 실제 시장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상승폭이 연초 전망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스위프트 배제가 결정된 러시아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익스포저는 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내 금융기관 전체 대외 익스포저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4%, 약 1조7000억원 안팎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러시아에 법인을 보유한 하나은행이 2960억원, 우리은행이 2664억원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357억원, 국민은행은 56억원에 그쳤다. 지방은행 익스포저는 부산은행 등 16억원, 국책은행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합쳐 10억원 수준이다.

      1500억원 규모 러시아 펀드는 지난주 러시아 지수의 폭락이 반영되며 28일 기준가 기준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40% 안팎까지 확대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28일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증권 매도 주문을 거부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이들 펀드의 환매도 당분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내 러시아펀드는 대부분 룩셈부르크 등 제 3국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이 발행한 러시아 수익증권을 달러화로 매수하는 형식으로 러시아에 투자하고 있다. 환 헷지(위험회피)가 되지 않은 상품일 경우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 25일만 해도 1달러에 80루블 수준으로 달러루블 환율이 형성됐지만, 스위프트 제재 결정 후 1달러당 130~160루블까지 환율이 치솟은 상황이다.

      이날 국내 주요 금융주 주가는 오전 중 코스피 회복세에 맞춰 상승하다가, 하락세로 전환하며 코스피 지수와 디커플링(비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익스포저에 따른 하락은 아니란 분석이다. 러시아 익스포저가 큰 우리금융은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신한금융이 장중 1% 이상 하락하며 낙폭이 큰 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쟁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거란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 금리 역시 이에 반응하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28일 오전 1.49%로 전일 대비 6% 넘게 급락하며 1.5%선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 국채 2년물 금리 역시 1% 가까이 하락하며 오전 한 때 2%선 아래를 밑돌기도 했다. 불과 2주 전 2.15%를 넘나들던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 8% 이상 하락했다. 미국 선물 시장에 반영된 3월 연준 이사회(FOMC)서 기준금리를 50bp(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이달 초 한때 80%에 달했지만, 현재 20%대로 떨어진 상태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이 상승(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이라는 변수로 인해 매파적 금리 인상 옹호론도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나드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지만, 이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가 조금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복잡한 환경이 국내 금융주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며 은행 순이자마진(NIM) 개선폭도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반 년간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매파적 면모를 보였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도 만료가 다가오며, 국내 금리 정책도 전망하기 다소 껄끄러워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 가계부채 규제로 인해 양적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NIM 개선으로 수익을 늘려야 하는데 금리가 주춤하면 다소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부채 만기 연장 조치 재연장 가능성이 언급되는데, 자산 부실화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