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결국 지분매각이 예정된 수순?…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입력 2022.03.04 07:00
    상속세 6조원 이상…세금내려면 물납 또는 매각해서 현금마련
    어떤 방식이든, 결국 경영권 흔들릴 지분 '시장'에 풀릴 전망
    IB들 M&A 가능성 점쳐…알렉스 넥슨 CIO 키맨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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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업체인 넥슨 김정주 창업주가 지난달 말 급작스럽게 미국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넥슨 지배구조에 이목이 집중된다. 상속과정에서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넥슨 매각 시나리오를 가늠하며 줄서기에 돌입했다.

      김정주 이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넥슨은 당분간 그룹 2인자인 오언 머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각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해진다.

      지주회사인 NXC를 비롯해 넥슨은 일찌감치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7월 김 이사는 NXC 대표에서 물러나 이사직만 맡고 있고, 현재 NXC는 넥슨 초기 멤버인 이재교 대표가 맡고 있다. 넥슨 본사도 2006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되었으며, 넥슨 코리아도 2018년부터 이정헌 대표가 맡고 있다. 그런 만큼 당장 경영의 공백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본격적인 상속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경영권을 흔들만한 지분이 매각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결국 지배구조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국내 대형 로펌도 넥슨 상속과 관련해서 자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의 유산은 대략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넥슨 지주회사인 NXC 지분이다. 김 이사가 NXC 지분 67.49%를, 아내인 유정현 감사가 24.93%, 두 자녀가 0.6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두 자녀가 공동 보유한 ‘와이즈키즈’가 가진 지분 1.72%까지 합치면 NXC는 김 이사 가족 지분이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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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이사의 지분을 가족들에게 상속했을 때 상속세는 5조~6조원 가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워낙 큰 금액이다 보니 상속세를 납부하고 김 이사의 지분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상속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로 추려진다. 

      첫번째는 김 이사가 갖고 있는 NXC 지분을 물납하는 방법이다. 가족들이 5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없기 때문에 지분 물납 형태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비상장법인 주식은 비록 관련 규정이 까다로지만 물납이 가능하다. 또 NXC지분은 이미 충분히 시장에서 값어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NXC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 아예 매각 대금을 받아낸 후 이를 상속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아니면 상장사인 넥슨재팬 지분을 매각 후 들어온 대금으로 김 이사가 보유한 NXC 지분을 감자하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NXC지분에 변화는 불가피하다. 행여 상속세 물납을 진행한다고해도 이 지분은 언젠가는 시장을 통해 매각되어야 한다. 

      이에 관건은 가족들이 NXC의 최대주주로서 넥슨의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느냐다. 이는 유정현 감사의 의사에 달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B를 비롯한 M&A 업계에선 매각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이사가 2018년 공개적으로 재산의 사회환원을 약속하면서 “2세 경영 승계는 없다”라고 못을 밖은 바 있고, 또한 넥슨 재팬 매각이 2019년에 진행된 바 있기 때문이다.

      넥슨 재팬이 매각 될 당시 가족들은 넥슨 재팬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에 대해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게임업과 무관하게 김 이사는 승차 공유 업체 리프트, 가상 화폐거래소 코빗과 비트 스탬프, 민간 우주 업체 스페이스X 등 다양한 산업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미국 영화 드라마 제작사 AGBO, 완구와 게임 저작권 전문 업체인 해즈브로, 반다이남코 홀딩스, 코나미홀딩스, 세가사미홀딩스 등에 투자한 바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넥슨재팬 매각 당시 가족들이 나머지 사업에 애착을 가져서 NXC지분이 아닌 넥슨 재팬 매각이 추진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넥슨의 게임부문은 넥슨재팬을 중심으로 자회사로 넥슨코리아가 있는 형태다. 

      이처럼 매각이 점쳐지면서 넥슨의 이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25일 넥슨 이사회의 멤버로 신규 선임된 알렉스 이오실레비치 CIO 역할이 주목을 끈다. 

      알렉스 CIO는 도이치뱅크, 바클레이즈를 거친 IB맨으로 도이치뱅크에서 넥슨 매각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넥슨의 CIO로 영입되면서 그의 영입을 두고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 그가 최근 이사회의 주요 멤버로 참여하면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매각이 이뤄진다면 알렉스 CIO가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넥슨 매각 당시 매각자문사 담당자로 IB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지라 IB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넥슨 매각전은 게임시장 재편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게임업계에선 국내 게임시장 판도도 크게 달라질 거라 보고 넥슨 매각 향방을 특히 주시하고 있다. 당장 인수후보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국내외 빅테크, 글로벌 게임사, 가상화폐 거래소, P2E 관련 업체 등 굵직한 기업들이 업계 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업종 간 인수전으로 격화할 경우 국내 게임업계도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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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매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덩치가 워낙 커 인수자를 찾는 문제다.

      NXC 지분가치의 대부분이 넥슨재팬의 가치이고 이 회사의 시총이 25조원에 달한다. 2019년 매각이 진행됐을 때 10조원 남짓했던 회사의 가치가 코로나를 거치면서 두배 이상 뛰었다. 2019년에도 10조원 메가딜이다 보니 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회사의 가치가 25조원에 육박하다 보니 어지간한 큰 손 아니고선 엄두도 못 낼 사이즈다. 최근 블리자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하거나 대형 사모펀드들이 서로 연합하여 인수(클럽딜) 형태로 진행되지 않으면 마땅히 사갈 곳이 많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9년에도 인수 가격 때문에 딜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이즈가 두배나 더 커져셔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인수할 수 있는 곳이 극소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