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도 임박?'...하락장에 자회사 상장 일정 조정 숙제된 SK그룹
입력 2022.03.04 07:00
    IPO 호황 누려온 SK그룹, 올해 대기매물만 3곳
    "어려울 것"…증시 하락·거래소 기류변화 때문
    계열사 상장 순서 조율도 관건 "변화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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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의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상장이 예정된 SK그룹 계열사만 최소 3곳인 가운데, 증시는 금리 인상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투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자회사 동시상장'에 대한 싸늘한 여론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대기업 계열사 딜엔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라는 인식도 옛말이 됐다. 계열사별 상장 시기 조율이 숙제가 된 셈이다.

      올해 상장 대기 중인 SK그룹 내 계열사는 원스토어, SK쉴더스(前 ADT캡스), 11번가 등 최소 3곳이다. 

      먼저 원스토어는 지난해 말 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3월 중 결과가 나오면 즉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올해 상반기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SK쉴더스도 올해 1월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11번가에 대해선 "3월 입찰제안요청서(RFP)가 송부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서둘러 상장에 나서려는 것은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특히 원스토어는 2019년 투자를 유치하면서 3년 내 IPO를 성사시킨다는 조건을 걸었고, 올해가 그 원년이다. 반면 SK쉴더스와 11번가는 상장기한이 '2023년'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SK쉴더스와 11번가는 신규 투자자들에게 2023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했다.

      SK그룹은 올초까지 이어진 기업공개(IPO) 시장 호황을 제대로 누린 그룹 중 하나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SK리츠 등 계열사 상장을 매번 성황리에 마쳤고 증권사들은 SK그룹 계열사 딜(Deal)을 따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외부 투자를 유치해 부담을 줄이고, IPO를 통해 역시 그룹 부담 없이 투자회수(Exit) 길을 터주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다만 앞으로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누리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증시 하락으로 인한 투심 저하가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일단 FI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가장 먼저 상장해야하는 것은 원스토어다. IPO 호황기 때만큼 증시는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로서는 '토종 앱마켓'에 투자할 유인이 거의 없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같은 하락장에서는 투자할 좋은 매물을 골라내기도 벅차다"라며 "상장이 급한 건 알겠지만 투자자들로서는 앱마켓 기업은 투자처로서 매력이 별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대기업 계열사들 상장심사 신청서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한 것도 외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간 거래소는 아무리 이슈가 많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대기업 계열사라면 '아무렴 대기업인데 문제를 일으키겠나'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온 게 사실이다. 

      'LG화학 물적이슈' 관련 논란을 시작으로, 대기업에 대한 심사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는 전언이다. 상장예비심사 기한인 45일을 지켜주는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더 오래 평가하려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올해엔 유독 대기업 계열사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 점쳐지는 배경이다.

      계열사끼리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상 대기업 계열사들은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코스피에 입성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하는 편이다. 그런데 SK그룹 계열사들의 상장 순서는 지난해부터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일각에선 상장 자체가 급한 건 원스토어겠지만 투자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원스토어보단 SK쉴더스의 상장을 먼저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11번가가 3월쯤 RFP를 송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를 두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경우, 일단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 전략을 세우자는 목적인데 SK그룹 내부적으로 상장 순서를 제대로 정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과거 SK그룹 계열사들을 성황리에 성공시켰던 경험에서 벗어난 달라진 증시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