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자(LP)에 단체메일로 ‘투자하실?’ 의향 물어 화제된 사모펀드
입력 2022.03.04 07:00
    E&F PE, 환경기업 투자용 2000억 프로젝트펀드 결성 추진
    '환경기업 투자하려면 서둘러라' 단체 이메일로 LP에게 의향 물어
    LP 사이서 "당황했다"평가…운용사측 "LP에 개별적으로 사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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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환경사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최근 M&A를 추진하며 블라인드펀드 출자자(LP)에게 투자 의향을 물었다. LP와 맺은 약속에 따라 좋은 투자 기회를 알리려는 것이었는데 단체 이메일을 활용하다보니 보수적인 LP 사이에서는 "당황스럽다"라는 반응들이 쏟아져 화제가 됐다. 

      운용사측은 LP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한 후 이메일 공문을 보냈다는 입장이지만, 특정 기관 내에서도 담당자가 여럿이고 연락을 못 받을 수 있어 오해가 생겼을 것이란 입장이다.

      KG ETS는 지난 2월 11일 환경에너지 및 신소재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된 법인 지분 100%를 매각하는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F PE)를 선정했다. 거래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며 E&F PE는 블라인드펀드 1000억원과 신설 프로젝트펀드 2000억원, 인수금융 2000억원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KB증권이 인수금융을 주선하고 프로젝트펀드 자금도 총액인수하기로 했다.

      E&F PE는 2014년 설립된 이래 경영권거래(Buyout)에 집중했는데, 특히 환경폐기물 분야에서 활동했다. 코엔텍·새한환경, 코오롱환경에너지 등 굵직한 투자를 집행했고 친환경사업이 각광받으며 회수 실적도 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1300억원 규모 1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고, 작년말엔 5300억원 규모 2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2호 펀드에는 국민연금,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 MG새마을금고,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큰손 투자자와 주요 금융사 등 쟁쟁한 LP들이 참여했다.

      최근 이 회사는 KG ETS 투자와 관련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할 프로젝트펀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블라인드펀드 LP들에 ‘단체 이메일’을 보내 참여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운용사는 약정에 따라 공동투자(Co-investment) 기회가 생기면 블라인드펀드 LP에 먼저 알려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인데, 소통 방식이 다소 생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LP 관계자는 “E&F PE에서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단체 공문을 보내 관심이 있으면 빨리 알려달라고 했다"며 “과거 여러 투자 제안을 받아봤지만 이같은 형태의 단체 메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LP 관계자는 “환경·폐기물 사업이 각광받는 것은 알겠지만 이렇게 단체 메일을 보내는 게 어딨느냐”며 “처음 있는 일이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LP들에 투자 제안을 하는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직접 대면해 제안을 하기도 하고, 전화 통화로 알리기도 한다. 신뢰가 오래 쌓인 경우엔 비공식적으로 먼저 출자가 가능하겠느냐 묻기도 한다. 

      다만 출자자 풀(Pool)이 좁은 한국 PEF 시장에서 소통 문제로 LP 눈밖에 나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어느 경우든 최대한 격식을 갖춘다. 운용자산(AUM) 수조원의 PEF도 거의 확정된 투자건조차 ‘LP 보고’ 후에야 집행할 정도로 소통에 신경을 쓴다. 

      또 운용사는 LP 책임자 선과 검토하던 거래가 무산됐을 때도 실무자에 해당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실무자가 나중에 알게 될 경우 불쾌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는 취지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PEF 운용사가 초기 제안을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이메일 한 통으로 갈음하기는 쉽지 않다. 이메일로 출자를 요청하는 것도 흔하지 않거니와, 그 방식이 수신자 리스트가 모두 드러나는 ‘단체 이메일’이라면 더더욱 LP들이 달가워할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E&F PE의 경우 업력이 오래되고 쟁쟁한 LP들을 업고 있는 운용사다. 그러니 설마 ‘시장의 관행’을 몰랐겠냐’며 이번 제안이 업계의 화제가 됐다. 

      특히 E&F PE의 2호 펀드 결성과 KG ETS 투자가 연말·연초에 겹쳐 이뤄지고 있는 점도 원인이 됐다. 이 시기엔 LP 담당자들의 인사 이동도 많다. 특정 인사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인사 이동 과정에서 전달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투자제안 관련 소통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사자인 E&F PE는 LP들에 개별적으로 투자 건에 대해 사전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정관상 절차 의무를 단체 이메일 방식으로 이행했다고 밝혔다.

      E&F PE 측은 “추가 펀드를 만들 때는 블라인드펀드 LP에 먼저 의향을 묻게 돼 있어 2호 펀드 출자자에 개별적으로 연락한 후 단체 메일을 보냈다”며 “LP에도 여러 담당자가 있다 보니 메일 리스트에는 있지만 연락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