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율 폭증 러시아 ETF, 운용사도 투자자도 '발 동동'
입력 2022.03.04 07:00
    “저가매수 기회” 러시아킨덱스 ETF 개인 순매수 하루만에 695% ↑
    ETF 괴리율 30%에 한국거래소, 투자유의종목 지정 ‘단일가매매’
    ‘2020년 마이너스 유가 사태 반복될까’...한투운용은 ‘발동동
    MSCI “러 주식 0.00001 가격 적용”에 상폐 위기까지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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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가 거세지고 있다. “포성이 들리면 주식을 사라”는 증시 격언에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MSCI지수 내 모든 러시아 주식 가치를 사실상 ‘제로’(0)으로 만드는 조치를 취하면서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두고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했던 2020년, 반등을 노리고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피해를 봤던 ‘원유 상품 잔혹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러시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이 날부터 3거래일 동안 단일가매매가 시행된다. 이 기간 괴리율이 18%이상 확대되면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해당 ETF는 전거래일보다 9.16% 떨어진 1만43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행히 괴리율은 1.21%으로 줄어든 상태다. 

      해당 ETF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유는 괴리율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괴리율은 시장 거래 가격과 순자산 가치의 차이다. 괴리율이 높다는 건 실제 자산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된다는 뜻이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는 최근 괴리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의 괴리율은 평균 0.90%였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된 24일 괴리율은 4.06%을 기록하며 28일에는 30.26%까지 벌어졌다.

      이는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금액이 전거래일보다 695% 늘어나면서 변동성 확대로 인한 유동성 공급자(LP)의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증시가 장중 50% 이상 폭락하고 휴장하면서 4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이튿날 개인투자자들은 183억원어치 사들였다. 전거래일 순매수금액인 23억원보다 무려 695%나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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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두고 2020년 마이너스 유가사태에 원유 상품에 투자해 큰 손실을 봤던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4월 2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IT)의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37.63달러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일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위험’ 등급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지만, 그 이후에도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원유 상품에 약 1조3000억원가량 순매수에 나섰다. 당시 일부 상품의 괴리율은 200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곧 투자자의 대거 손실로 이어졌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는 2020년 한해동안 가장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 1~4위를 차지했다. 최소 89.34%에서 최대 97.44%의 하락률을 보였다. ETF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KODEX WHI원유선물 ETF도 2020년 한해 마이너스(-) 60%가 넘는 손해를 봤다.  

      크게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와 운용사 간의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KODEX 원유선물 WTI ETF’를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은 KODEX WTI원유선물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하자 급하게 편입 월물을 조정했다. 투자자들은 월물 교체 전 사전공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1월 1심에서 법원은 삼성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ETF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별다른 해법이 없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국제결제망(SWIFT) 배제, 외국인 주식매도금지 등 여러 불확실성한 이슈들이 얽혀 유동성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별다른 해법이 없어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러시아 증시가 휴장하면서 다른 국가의 헷지 자산들도 영향을 받고있어 해당 ETF의 유동성공급자(LP)들이 정상적인 매매가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주 후반부터 장중 수차례 공시를 통해 괴리율이 과도해 정상적인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지속적인 상품 매수세가 들어와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측이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0.00001 가격을 적용하라는 방침을 내리면서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가 폐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9일 종가부터 적용되면, 10일 ETF의 추정순자산가치(iNAV)가 0원에 근접하면서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해당 조치로 유럽 파생상품거래소 유렉스(Eurex)에 상장된 러시아 선물 가격은 77% 하락하는 등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지수산출의 중단, 상관계수 요건 미충족, 장외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등이 발생할 경우 ETF의 상장폐지가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