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건자재값 인상·공시 신뢰도…투자 매력 떨어지는 건설사
입력 2022.03.04 07:00
    채권시장 투자심리 악화로 회사채 미매각 속출
    중대재해처벌법, 수주 목표 낮춰 실적 악영향
    자재업체, 원자재 가격 인상에 건설사 단가 압박
    건설사 채권, 다른 회사채보다 불리하단 설득력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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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있다. 금리인상 추세 지속에 따른 투자심리 저하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이슈와 건설 자재값 인상으로 투자매력이 떨어졌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투자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PF우발채무를 공시에 더 명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AA-), HDC현대EP(A-), 롯데건설(A+) 등 주요 건선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발행 계획을 일단 철회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A-)도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가 속한 A등급 회사채는 미매각이 속출할 정도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A등급 회사채의 매수 여력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최근에 A등급 회사채 시장자체가 금리상승 여력 때문에 수요예측 결과가 안 좋다. 건설사들은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키는 업종이라 투자자들이 A등급 내에서도 선호하는 섹터도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이슈도 영향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건설업계 전체가 짊어져야 할 리스크로 바라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비단 CEO의 문제가 아닌, 공사비 증가와 공사기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 건설업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28조3700억원으로 지난해 기록한 30조2690억원 대비 2조여원 규모 낮췄다. GS건설도 올해 신규 수주 목표액을 13조1520억원(지난해 13조3300억원)으로 낮게 잡았고,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13조323억원에서 올해 11조7000억원으로 목표치를 낮게 설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산업환경도 악화일로다. 코로나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이번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건자재로 쓰이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고철 스크랩 가격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톤(t)당 60만원을 넘어섰다. 국내 철근 가격도 지난해 1월 톤당 70만원 선에서 현재 1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도 지난해 1월 톤당 7만5000원에서 올해 9만3000원으로 1년새 25%나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은 최근 톤당 3300달러 수준으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근·강판을 만드는 데 쓰이는 니켈 가격도 장중 톤당 2만5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세계 2위의 알루미늄 생산국인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가격이 더 치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재업체들은 건설사에 단가를 올려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내달까지 계약단가를 조정해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는다면 공사 현장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면서 중소형 건설 업체는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과 부동산PF 사업 중단 등으로 건설사의 빚이 쌓이고 자금조달이 계속 어려워지면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을 겪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요인이 더해지면서, 건설채가 다른 업종의 동일한 신용등급 채권과 비교했을 때 불리한 가격의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건설사가 재무적으로 취약한 고리가 PF우발채무인데, 시절이 좋을 때 투자자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면서 건설사 재무구조에 PF우발채무를 감안해서 봐야 하니 올해는 아무래도 다른 업종과 비교할 때 불리한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건설사들이 공시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건설사 부실 공시 문제는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업황이 어려워질 때 건설사의 재무 투명성이라도 강화하는 게 투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금융업계 건설사 담당 연구원은 “PF우발채무에 대한 공시가 다 달라 일괄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다. 이번 기회에 재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처럼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공시를 명확하게 해주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건설업계에 먼저 손이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