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엔·DL·한화·코오롱 원자재發 건설사 ‘셧다운’…공사지연 따른 비용증가 고심
입력 2022.03.10 07:00
    2일부터 입장표명 나서지 않은 건설사 대상 공사중단
    시멘트·레미콘 등 건설 자재 전 분야에서 갈등 기폭제 될 전망
    자재값 급등 반영하면 분양가 상승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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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원자재값 급등으로 건설업계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일부 건설사의 공사 중단에 나서면서다. 업계에서는 파업으로 입주 날짜를 지키지 못하면 건설사들의 돌관공사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입장을 수용하면 분양가를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현대엔지니어링(남양주 다산지구), 코오롱글로벌(부천 범박동), DL이앤씨(포천, 영종도), 한화건설(대구)의 일부 공사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공사가 중단됐다. 연합회는 공문발송 이후 입장 표명에 나서지 않은 업체를 대상으로 결국 이날 오전부터 공사중단에 들어갔다.

      연합회는 앞서 지난달 21일 전국 100대 건설사와 중견 건설 업체 등을 대상으로 계약 금액 20%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연합회는 이에 따른 계약금 조정 확약서를 3월1일까지 제출받고 셧다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 기존 계약 단가에서 평균 20%를 인상해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연합회의 입장이다. 물가인상비가 반영되지 않으면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은 50%, 기타 잡자재 가격은 40% 등 원자재가 급등했고, 작업자 인건비도 형틀 재래식 15%, 알폼 시공 30%, 철근 시공 10%가량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골조 분야 셧다운이 건설 자재 전 분야에서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시멘트 업계도 약 18%의 시멘트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업계는 지난달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올려줄 것을 레미콘사 등에 통보했다. 지난해 유연탄 가격 상승과 요소수 대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다. 이에 레미콘 업계까지 요동치고 있다. 레미콘협의회는 25% 가격 인상 공문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전달했다.

      조성호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장은 “시멘트 업계와 레미콘 업계도 건설사의 가격 인상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업계 간 연대의 움직임은 없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공사 중단 장기화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업이 단기간에 종료되면 전체 공사 진행률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 다만 지체될수록 건설사의 돌관공사 비용이 발생해 건설사의 큰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건설사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사는 입주 날짜를 맞춰야 하는데 약정한 기간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지체책임 등을 부담하게 된다"며 "결국 원가를 투입해서 공사 속도를 올려야하는데 해당 과정에서 중대재해법도 고려해야 하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라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사도급계약에서 공사기간을 정한 경우 수급인은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완성할 의무를 부담한다. 수급인은 정해진 공사기간을 준수하기 위해 야간이나 휴일 등에 장비와 인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의 돌관공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급등한 건축자재 가격을 반영할 경우 주택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대금 인상안이 전면 반영되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연구원은 “협상이 된다고 하면 공사비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다음 수주나 계약금액을 정할 때 건자재 값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분양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나 대책 마련에 뾰족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민간 공사는 사인 간 계약으로 정부가 중재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