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급락에 해외주식 반대매매 위기…담보 유지 못하면 국내 주식부터 처분
입력 2022.03.11 07:00
    미국 증시 극심한 '변동성'…해외주식대출 리스크 커져
    국내 주식이 반대매매 선순위…수익률 나은 종목 처분될 수도
    미국 주식 매수세도 줄어…'서학개미' 타깃한 주요 증권사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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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美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주식 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에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등이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장세다. 담보유지비율은 국내주식 담보대출보다 높고, 담보유지비율이 미달되면 '원화 자산'부터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수익률이 악화돼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미국 주식 대신, 자신의 계좌 내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한국 종목이 먼저 처분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주식 관련 서비스를 확대해온 증권사들은 마진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간 외탁 증권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담보대출 금리를 할인해주는 등 '서학개미'를 타깃한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뉴욕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해외주식 담보대출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3대 지수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여전히 고점 대비 15% 하락한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전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위기로 투심이 악화됐고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이 주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는 폭등세다.

      미 증시가 약세를 보이며담보로 잡힌 해외주식이 임의처분(반대매매) 될 가능성도 커졌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을 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매수 상위 종목들은 대폭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옛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3개월간 각 23.14%, 25.88%, 35.86% 떨어지며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 세 기업은 6개월간 가장 많은 매수결제가 이뤄진 미국 주식 종목 1위, 3위, 9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장 하락이 지속되면 해외주식을 담보로 주식을 매입한 분들은 반대매매가 속속 나올 수 있다"라며 "지금보다 더 레벨이 다운되면 매물 출회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 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은 국내보다도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주식 담보대출의 경우 종목별 140~165%로 종목별 담보유지비율을 차등적용하는데 해외주식 담보대출 사용 시 10% 가산된다. NH투자증권도 국내주식은 140~170%의 담보유지비율을 적용하지만, 해외주식은 170%가 기준이다. KB증권 역시 국내주식은 담보유지비율 140%지만 해외주식은 170%다. 미국의 경우 가격제한폭이 없어 변동성을 고려하여 높게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 담보유지비율이 떨어지면 국내 종목부터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상적으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같이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면 국내 종목의 수익률이 나을지라도 먼저 처분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담보유지비율은 종목이 아닌, 계좌 단위로 계산한다. 담보유지비율 산정은 국내 시간에 맞춰 산정되고, 국내 장 개장시간이 미국 장 보다 이르기 때문에 국내 종목이 먼저 처분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급락장의 여파가 한국 증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증권사들이 반대매매를 할 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가는 하방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증권사들은 현 시점에서 해외주식 담보대출의 반대매매 규모가 크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세부사항은 주요 증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래에셋증권은 담보유지비율이 미달된 경우 국내 주식부터 반대매매가 진행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통합 증거금 정책에 기반해 미국 주식 가치가 하락할 경우 국내 주식을 상환해 담보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진 경우 국내 주식이 먼저 반대매매의 대상이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출 만기일이 이른 종목부터 반대매매 대상이 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테슬라 주가가 내려가 담보유지비율이 기준을 못 지켰을 때, 삼성전자 주식으로 일으켰던 대출 만기일이 앞선다면, 삼성전자 주식이 반대매매 대상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해외주식 담보대출을 확대해온 증권사들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주식 담보대출은 2015년에 국내에 도입됐지만 팬데믹영향으로 서학개미가 늘어난 2020년이 되어서야 본격 확대됐다. 최근엔 동학개미가 줄고 있는 자리를 서학개미가 채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됐다.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은 2년간 5배 넘게 늘어났다.

      미국 주식 매수세도 줄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작년 11월에 41만1352건까지 증가했던 미국 주식 매수 건수는 이후 줄곧 하락하여 2월엔 34만1535건으로 집계됐다. 매수 건수가 35만 건 아래로 떨어진 건 2020년 11월 이후 15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