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도 관치? 정책 부담에 금융권 향후 전망 '흐림'
입력 2022.03.11 15:25|수정 2022.03.14 09:13
    서민 금융지원 중심 윤석열 정부 금융정책
    대출 빗장 풀어도 DSR은 그대로…실효성엔 의문
    청년희망적금 이어받는 청년도약계좌…은행 ‘부담’
    금융권, “또 은행자금으로 정책 지원하나”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정책이 뭐 많이 바뀌는 것 같은데, 사실 비슷합니다. 각종 금융정책의 사회적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는 건 반복되겠죠. 규제산업인 금융업에 어느정도 개입은 필요하겠지만, 금융산업 육성보다 정책재원에 동원수단으로만 금융이 활용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A 은행 관계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변화될 금융정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계대출 규제 등 규제가 완화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청년도약계좌 도입과 특정 계층에 한정된 대출 규제 완화에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각종 서민금융지원 정책에 은행 자금이 뒷받침되면서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예대금리차 공시'…실효성엔 의문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는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자는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자산이 부족한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가 아니여도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하고,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보유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3~40% 등으로 차등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지역, 주택 보유수, 집값 등에 따라 20~70%가 적용되는데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LTV 4~50%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지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로 처음이다. 

      LTV 완화로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손보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다만, 대출규제 완화 효과도 제한적이고 은행의 수익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LTV 규제 완화로 은행권 대출증가율이 늘 수 있겠지만, 규제 완화 대상이 청년과 신혼부부 등 자산이 많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증가를 불러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DSR 규제상 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LTV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고소득자가 아니면 대출 한도가 무작정 늘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DSR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소득이 낮은 청년층만으로 가계대출 성장세로 이끌지 의문도 여전하다.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도 실효성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이미 은행별 예대 금리를 상시적으로공시하고 있어서다. 금융담당의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은행연합회에서 매달 가산금리까지 쪼개서 보여주고 있는데 여기서 뭘 더 공시할 것인지 모르겠다”며 “금리의 적절성, 담합요소 등을 점검하겠다고 하는데 기준금리 등 시장가격에 따라 정하고 있어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10년에 1억' 청년도약계좌….희망적금에 이어 은행 부담 가중 우려

      최근 연 10%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운데, 윤 당선자 역시 이와 비슷한 ‘청년도약계좌’ 공약을 내놓았다. 매달 최대 7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월 10~40만원씩 지급해 10년 만기에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윤 당선인의 캠프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를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청년도약계좌의 운영 부담이 은행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희망적금도 당초 수요보다 7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은행이 추가로 이자부담을 해야할 규모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입자가 몰린 청년희망적금도 정부가 일부 재원을 만회해주지만 결국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역마진 상황이 되어버렸다”며 “청년도약계좌는 가입기간도 10년인데, 중도해지없이 가입할 수요가 있을지도 불확실한 데다 설사 하더라도 매달 몇십만원을 지원하는 청년도약계좌는 은행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금융산업을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여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월 당시 유력 대선후보 캠프 측에 “은행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각종 금융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정책사업에 은행을 동원하는 사례가 잦다”며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고 주장했다. 

      금융 담당의 한 증권사 연구원은 “어느 정권에서나 은행에 호의적인 정권은 없었고, 시장주의적인 새 정부도 이전 정부보다 규제 강도가 센지, 약한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